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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서재

by 이정록_06 2020. 4.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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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2'에 나온 유현준 건축 박사가 쓴 책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논리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모습이 멋졌다. 자연스럽게 그의 책들이 궁금했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건축학과 인문학으로 풀어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흔히 익숙함에 빠져 새롭게 인식하지 못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


건물을 두르고 있는 담장들, 한정된 공간에 있는 여러 시설물, 독창성이라곤 찾을 수 없는 학교 건물을 교도소에 비유했다.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작가는 양계장에서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생일 때, 내가 다니는 학교를 보고 '닭장'이라고 조롱한 것이 문득 생각났다.

 

얼마 전까지 알쓸신잡을 다시 보고 시작했다. 드디어 시즌2 마지막 화만 남겨두고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얻었다.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 많은 것이 책에 실려있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이용해 위치에너지와 주가총액을 비교한 부분, 골목길을 지켜야 하는 이유, 권력은 위에서 바라보는 것, 창문세, 광화문 광장의 상징적 의미, 마을 도서관, 불은 현대에 들어서 TV와 보일러 그리고 형광등으로 옮겨간 것, 보일러의 등장으로 우리나라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것, 미래에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대여함으로써 도로와 주차장이 없어지고 그 공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점, 세계적인 기업은 차고에서 시작된 것, 뉴요커가 좁은 집에서 살아도 되는 이유가 책에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건축학적인 접근 방식에 그치지 않았다. 집의 범위를 벗어나 우리를 둘러싼 도시환경, 사람들의 근원적인 본능과 심리를 활용하여 더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생각하게끔 했다.


건축과 건물이 이루어진 도시와 인간 삶의 변화를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풀어냈다. 이스터 섬에 왜 모아이 석상이 명확하게, 그들이 쇠퇴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모아이 석상은 권력이었고, 그것을 과시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모아이 석상을 무분별하게 만들고자 했다.


운반하기 위해 필요한 나무를 베느라 배를 만들지 못했다. 그들은 바다로 나가지 못해 자멸했다. 오늘날에도 권력을 상징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짓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그중에 우리나라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딱히 높은 빌딩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쌍둥이 빌딩이 테러로 붕괴된 이후, 오히려 낮은 층의 건물들이 새로 생겨났다.


즉, 주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있거나 견제되는 국가가 있을수록 권력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유 없이 높은 빌딩을 세우진 않는다.

 

파리의 하수도, 로마의 상수도, 뉴욕의 엘리베이터의 등장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도시의 토대를 마련해줬다. 도시를 이루고 있는 건물 중 대표적으로 대단지의 아파트는 마치 궁궐처럼 주위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다.


비단 아파트만 그런 건 아니다. 학교, 공원도 담장으로 둘러싸여 단절된 느낌을 준다. 담장을 허물고 그곳에 작은 나무를 심는다면 어떻까?


이 책을 읽고 건축이라는 분야는 경제, 사회, 문화, 역사, 기후와 밀접하게 관련 있고 이에 영향을 받는 것을 알았다. 비록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 옥상정원, 자유로운 파사드로 건축 양식이 획일화되었지만, 또 나름 독특한 건축물을 지키고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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