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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네 이웃의 식탁 / 구병모

서재

by 이정록_06 2020. 10. 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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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이웃과의 감동 있고 따스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선 감동과 따스함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는 가볍게 읽었지만, 읽은 직후의 느낌을 괜히 빨리 밀어내고 싶었다.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 ‘꿈미래 실험 공동주택’이 있었다. 비교적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를 거쳐 1가구가 입주했다. 도심과 동떨어진 곳이지만,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안에 지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4가구가 모여들었다. 4번째 입주한 전은오, 서요진 부부와 그들의 딸 전시율이 원목 식탁에서 환영회를 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신재강, 홍단희 부부의 막무가내 식으로 거주하는 아이들을 공동으로 돌보자고 제안했다. 마지못해 일단 받아들였다. 외관상 ‘공동 돌봄’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괜찮은 계획이었다. 그러나 각자의 삶의 방식들이 충돌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효내는 ‘공동 돌봄’에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데 시간도 체력도 남아나질 않았다. 홍단희는 그런 효내를 못마땅했다. 그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남편도.

 

 

신재강의 자동차가 수리하면서 서요진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은오가 그녀를 외간 남자와 출, 퇴근하겠다고 했다. 신재강은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서요진에게 은근슬쩍 이성적으로 호감을 표현했다. 서요진은 불쾌감과 불편함을 느꼈음에도 괜히 오버하는 게 아닐까이란 생각에 참아냈다.

 

 

깊은 새벽에 느닷없이 몸싸움과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근원지는 고여산과 강교원 부부의 집이었다. 강교원이 찰과상을 입어 병원까지 갔다. 강교원은 위태위태한 고여산의 월급에 걱정되어 알아봤더니 월급이 시댁 누이에게 가고 있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생활하기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녀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아꼈다. 심지어 중고나라에서 진상으로 불릴 정도로.

 

 

사건이 드디어 터졌다. 신재강은 약국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서요진에게 한정판 립스틱을 선물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며 계속 치근덕댔다. 그녀는 끝까지 거절했다. 신재강의 의도가 확실해지면서 그녀는 약국을 일찍 퇴근해서 집으로 향했다. 남편이 오해하지 않도록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아내 대신 집안일을 하는 전은오는 강교원과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나갔다. 돌아오면서 피자를 사와 저녁을 함께했다. 애들도 한쪽에 내버려 두고 호호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을 못마땅했다. 그러나 오히려 남편이 서요진을 이해 못 하면서 둘은 다퉜다. 그녀는 더는 이곳에 있기 싫어서 짐을 챙겨 나가 버렸다.

 

 

시간이 꽤 흘러 새로운 가족이 이곳으로 입주했다. 그들을 맞이해주는 사람은 세아 가족뿐이었다. 서요진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전은오도 떠났다. 효내는 남편의 누이와 대판 싸우고 이혼했다. 서요진은 떠나기 직전, 신재강의 집 현관에 자신에게 준 선물을 두고 그간 그가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아내에게 전했다.

 

 

4자 대면은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는데 그들도 이곳을 떠나버렸다.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다툰 부부만이 이곳에 남았다. 강교원의 입장에서 이곳을 나와서 그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있지 않았느냐고 생각했다.

 

 

조남주 작가의 말처럼 소설에서 가족, 공동체, 이웃, 자연과 같은 단어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서서히 꺼져가는 불빛처럼 간신히 불을 머금고 있다가 결국 사그라졌다.

 

 

‘공동 돌봄’은 취지는 좋았으나, 각자의 생활 방식이 충돌했다. 형식적인 이해와 배려는 결국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직업 그리고 나이도 제각각 달랐다.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들 모두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에 어울리지 못한 점도 있다.

 

 

마음의 여유, 금전의 여유, 시간의 여유, 몸의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서요진 만큼은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이웃사촌’보다 ‘이웃’이라고 하듯 관계의 깊이가 얕아지고 좁아졌다.

책을 통해 실패한 공동체 생활, 환상만 가득한 단체 생활을 모습을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웃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해 나갈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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