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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남한산성 / 김훈

서재

by 이정록_06 2020. 10.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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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에게 ‘남한산성’을 선물 받은 지 몇 년 만에 드디어 읽었다. 정독 후, 곧바로 북리뷰를 쓰지 않았다. 2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글을 써보려 한다. 사실 책을 읽고자 펼쳤으나, 이내 덮었다. 이미 영화 ‘남한산성’을 봤기 때문에 온전히 영화 속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 일어나 남한산성으로 도망친 사람들의 참혹하고 처절한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을 버려야 서울에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사하게 들렸다.’로 소설은 시작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겨울처럼 싸늘하고 건조하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삭막하고 무겁다. 청 황제가 직접 남한산성에 당도했을 때와 청나라가 남한산성에 홍이포로 포격할 때도 긴장감은 낮았다.

 

 

반면에 남한산성에서 가장 초라한 서문으로 나와 인조는 청나라 황제 앞에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조아릴 때와 ‘최명길’이 훗날 만고의 역적이 되는 것을 알고도 청나라에 항복 국서를 써나가는 과정이 더 몰입했다. ‘김훈’ 작가는 실제로 비문 짓기를 피하려는 사대부의 다툼을 항복문서를 쓰다가 일어난 일로 바꿨다.

 

 

남한산성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거대한 적을 앞에 두고도 한데 뭉치지 못했다. 임금은 난관을 극복할 방안을 뒤로한 채 오로지 밖에서 지원군만 오매불망 기다리기만 했다. 신하들은 정작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말의 길은 마음속으로 뻗어 있고, 삶의 길은 땅 위로 뻗어있다.”

 

 

남한산성에서 주로 ‘최명길’과 ‘김상헌’을 비교한다. 척화파와 주화파로 각자의 신념과 원칙이 달라 그들은 대립하나 그들은 서로 존중했다.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백성을 사랑한 만큼 그들의 논쟁은 뜨겁고 치열했다. 권력욕 가득한 ‘김류’ 같은 신하들 때문에 현명하지 못한 임금이 제대로 그 뜻을 알지 못해 읽는 내내 답답하고 아쉬웠다.

 

 

이들은 훗날 청나라에서 재회했다. 백발노인이 된 두 사람이 감옥에서 만난 것을 작가는 슬프고, 아프고,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성이 위태로우니 충절에 귀천이 어디 있겠는가?”

 

 

“먹고살며 가두고 때리는 일에는 귀천이 있었습니다.”

 

 

‘서날쇠’와 ‘정명수’도 눈길이 갔다. ‘서날쇠’는 ‘김상헌’의 뜻을 받들어 임금의 격서를 지방 근왕병에게 전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충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나 어쨌든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무를 수행했다. 한편, ‘정명수’는 조선에서 관노 출신이었다. 전쟁터로 끌려가 포로가 되었다. 이후, 역관이 되어 그 누구보다 조선에 적개심이 강했다. 둘은 천노였지만, 나가고자 하는 방향은 달랐다.

 

 

‘김훈’ 작가는 이야기를 간결하되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힘을 빼고 담담한 문체는 오히려 그 분위기와 인물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책을 덮고 난 후, 여운이 남았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 줄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삶의 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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