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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서재

by 이정록_06 2020. 7.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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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특유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마음에 또 다른 책을 선택했다. ‘내게 무해한 사람’을 ‘내게 무례한 사람’으로 잠시나마 착각했다.


‘소코의 미소’처럼 단편 소설 중 하나를 책 제목으로 했는데 과연 이번에도 그랬을까? 바로 목차를 확인했다. 알고 보니 ‘고백’에서 나온 문장을 꺼내 제목을 지었다.



이 책은 ‘그 여름’, ‘601,602’, ‘지나가는 밤’, ‘모래로 지은 집’, ‘고백’, ‘손길’, ‘아치디에서’가 있다.

 

‘그 여름’은 ‘수이’가 찬 공을 ‘이경’이 맞으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경’이란 이름을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글을 읽다 그들 모두 '여자'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동성애’를 소재로 쓴 이야기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들은 사랑을 이어오다가 대학 때부터 조금씩 흔들렸다. ‘수이’는 부상으로 운동선수의 삶을 포기하고, 자동차 정비사가 되기로 했다.


반면에, ‘이경’은 대학생이 되어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중 ‘이경’은 ‘은지’라는 사람을 만나며 호감을 느꼈다. 결국, ‘이경’은 ‘수이’와 헤어지고, ‘은지’에게 갔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불과 6개월 만에 끝났다.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가, 꺼졌다. 모처럼 고향 집에 들른 ‘이경’은 ‘수이’와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는 끝났다.

 

‘601, 602’는 ‘남성우월주의’와 ‘폭력’을 소재로 삼았다. ‘효진’은 오빠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다. 그녀의 부모는 오빠의 행동을 오히려 방관하고 묵인했다.


‘효진’은 모든 방면으로 뛰어났지만, 오빠는 그러지 못했다. 그가 유일하게 ‘효진’한데 내세울 수 있는 건 바로 ‘권위’와 ‘폭력’ 뿐이었다. 이런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 ‘효진’은 ‘주영’ 집에 자주 놀러 갔다.


어느 날, ‘주영’은 ‘효진’의 집에서 오빠가 그녀를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주영’은 오빠가 아끼는 피규어를 집어 던져 폭행을 그만 멈췄다. ‘주영’은 남의 집에 괜히 끼어들지 말라는 부모의 경고를 들었고, 그들은 딸 대신 피규어의 값을 냈다. 더는 ‘효진’의 집에 가지 못했다.


‘주영’의 엄마는 시댁에서 ‘아들’을 낳으라는 압박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 얼마 후, ‘효진’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들의 주고받은 메일에서 효진 엄마가 아들을 낳은 소식을 알 수 있었고, 아들을 낳은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는 말이 왜 그렇게 씁쓸한지.

 

‘지나가는 밤’은 ‘갈등과 화해하는 자매’의 이야기이다. ‘윤희’는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동생인 ‘주희’가 먼저 연락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 ‘윤희’는 누군가로부터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주희’를 이해하지 못했다. 서로 생각이 달랐고, 오해가 쌓였다. 그리고 갈등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어머니까지 돌아가셔서 그들의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그렇게 다시 만난 그들은 맥주 한 잔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했고, 조금씩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모래로 지은 집’은 이 책에서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PC통신‘에서 익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눴다. 몇 년 후, 동호회가 폐쇄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모 하는 것을 제안했다.


모임 장소에 나온 사람은 모래, 공무, 나(나비) 이렇게 총 세 명이 전부였다. 비록 그들은 통신친구였으나,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빨리 친해졌다. 추진력 있는 모래 덕분에 그들은 주기적으로 만났다.


’나‘는 모래와 공무가 서로 호감 있는 줄 알았는데 결정적으로 둘은 연애하지 않았다. 공무는 군대에 갔고, 모래도 곧 남자친구가 생겼다. 모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친구는 그녀를 구속했다.


시간이 흘러 공무는 군대를 제대했다. 그는 복학하지 않고, 곧바로 기관사 준비를 했다. 모래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나는 복학 전에 기숙사 학원에서 강사를 했다. 그렇게 그들은 멀어져갔다. 다만, 공무의 디카에 그들의 추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고백’은 ‘동성애’가 또 나왔다. 고등학교 단짝인 ‘미주’, ‘주나’, ‘진희’는 잘 어울렸다. ‘진희’의 생일에 그녀는 ‘미주’와 ‘주나’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이에 ‘주나’는 역겹다는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미주’는 그 자리에 남아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진희’까지 나가버렸다. 다음날, ‘진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주나’는 ‘미주’를 숨김없이 그대로 피해 다녔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길에서 우연히 ‘미주’와 ‘주나’가 만났다. ‘주나’는 더는 그녀를 피하진 않았다. 그 자리에서 ‘미주’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희’가 레즈비언이란 사실에 ‘미주’는 경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했다.


‘주나’의 말과 ‘미주’의 표정이 ‘진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미주’는 ‘주나’가 말하기 전까지 자신은 ‘진희’에게 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손길’은 ‘혜인’이 자신을 키워준 숙모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발명가’를 꿈꾸며,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뒀다.


경제적인 상황도 좋지 않아 ‘혜인’은 여섯 살 때부터 숙모와 함께 살았다. 그때당시의 숙모는 이십 대 중반이었고, 삼촌과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숙모는 언제나 밝고 즐겁게 혜인과 지냈다.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삼촌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숙모도 어디로 사라졌다. 매년 혜인의 생일에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곤 했지만, 그녀는 숙모가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에, 숙모가 큰 존재였기에 상처를 받았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혜인’은 어릴 적 자신이 기억하는 숙모의 나이가 되었다. 조금씩 숙모를 이해했다. 숙모는 자신이 혜인에게 더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서 떠났다고 본다. 광화문 촛불 시위에서 우연히 만난 후로 숙모는 여전히 ‘혜인’에게 다가가려 하나, 그녀가 오히려 밀어냈다. 여운이 좀 긴 소설이었다.

 

‘아치다에서’는 신선했다. 앞에서의 소설에서 보지 못한 브라질인과 영국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위 엄마의 등골을 빼먹으며 마약에 빠진 ‘랄도’는 홀연히 떠난 여자 친구를 만나러 아일랜드에 갔다.


그곳에서 전 여자 친구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필이면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해서 공항이 폐쇄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의 엄마도 마침내 폭발했다. 한심한 아들에 실망한 나머지 연락도, 지원도 끊었다. ‘랄도’는 어쩔 수 없이 시골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한국인 ‘하민’을 만났다. 그녀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우연한 계기로 점심을 함께 먹기 시작하면서 오해는 자연스럽게 풀렸고, 조금씩 친해졌다.


‘하민’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의 직업은 간호사였다. 그곳에서 환멸을 느꼈고, 아일랜드로 왔다. 세월이 지나 ‘하민’이 더는 이곳에서 일을 못하게 되고, 대학원에 진학 되었다. ‘랄도’도 엄마와 관계가 조금씩 회복했다.


그도 스페인에 있는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랄도’는 ‘하민’의 이메일 주소를 물어봤지만, 그녀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몇 개의 이야기를 묶은 소설을 읽고 난 뒤에, 쓰는 독후감은 항상 어렵다.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결말을 언급해야 할지, 분량을 어떻게 조절할지를 생각하다가 머리가 지끈 아파진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이전의 책과 마찬가지로 밝은 느낌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둡고 조용하고 여운이 있었다. 소설마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것이 흥미로웠다.


‘동성애’, ‘피시통신’, ‘촛불시위’,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적’ 등을 ‘페미니즘’으로 날선 태도가 아닌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표현해서 좋겠다. 강하게 비꼬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비판하게끔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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