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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 / 박윤영, 채준우

서재/에세이

by 이정록_06 2020. 8.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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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유추해보면 '사랑'을 소재로 한 책이라 생각했다. 여자친구가 먼저 이 책을 훑어보더니 몸이 불편한 사람이 떠난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말해줬다.

 

이 책은 장애인 여성과 비장애인 남성이 함께 유럽으로 여행가서 생긴 일들을 소소하게 담아 놓았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도시를 여행하는 내내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100kg가 넘는 수동 휠체어,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 이동수단, 화장실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극복하는 과정이 예뻤다.

 

책에서는 '남성의 입장', '여성의 입장'으로 쓴 글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이 쓴 글들은 담백했다. 그때 그들에게 펼쳐진 상황, 감정, 장면들을 글로 표현했는데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책 곳곳에 '사랑'이 넘치는 글이 많았는데 딱히 거북스럽거나 오글거리진 않았다. 오히려 흐뭇하게 웃으면서 읽어나갔다. 남성은 여자 친구를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끝에 스스로 조금 무너졌다. 그럼에도 혼자 삭히지 않고 조심스럽게 여자 친구에게 솔직하게, 정중하게 말했다. 그것을 차분히 들어주고 그동안 잘 참아준 남자 친구를 보듬어주고 응어리를 풀고 화해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것이 성숙한 어른들의 연애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면 상대방도 꼭 그래야 한다고 욕심을 부린 적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은 분명 다를 텐데 사랑하니까 똑같아야 한다고 믿는 솔직한 마음을 숨겨야 했고, 다른 마음을 들키면 미안해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낯선 공기를 함께 마시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간과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하는 것에 만약에 “좋아요”란 버튼이 있었다면 꾹 누르고 싶었다.

 

이들이 여행한 도시 중에서 프랑스 소도시 '디종'에 가보고 싶었다. 융프라 이후,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런던, 파리, 피렌체, 로마는 많은 사람에게, TV에서 소개되어 비록 가보진 않았지만. 어떤 곳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반면에 디종은 낯설고 생소해서 더욱 흥미로웠다. 그들이 머문 숙소가 참 궁금했고, 여행지에서 일상처럼 지내고 싶다. 올빼미 투어라고 이동수단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도시를 둘러볼 수 있기에 꼭 가보고 싶다.

 

“도가니”를 읽고 청각 장애인을 생각할 수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과 태도를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다. 일반인은 이 잘못된 것을 의도적이거나 정말 모르고 했을 것이다. 다만, 그런 것들이 흔히 배려와 연민이라는 것으로 포장되어 장애인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참으로 그들에게 미안하고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연민이 아닌 격려로 장애인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여행을 담은 책이라고 하기에 다소 사진이 없다. 그 이유는 디종에서 카메라를 분실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담겨 있는 사진이 풍성하게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다른 책과는 달리 특이한 부분은 여행한 도시별로 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담아놓았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택시에 관한 정보도 있다. 볼 만한 곳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입장료, 화장실 등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것을 들어있다.

 

여행을 가지 못한 후회를 하는 것보다 여행 후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오랫동안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이 생기는 게 좋지 않을까? 많은 이들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겠지만, 죄책감과 지나치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장애인이든, 일반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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