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판사지만, 작가라고 불러도 충분한 사람이 쓴 책이다. 우리나라의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은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 문제,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낸 책이다. 자신을 한층 낮추고,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판사의 이미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느껴진 것이 꽤 신선했다. 남다른 재능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우연한 기회에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대법관, 정치인, 대형 로펌 변호사 등 입신양명하는 것보다 책과 영화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며 자기 생각과 의견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평소에 '개인주의'에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분명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엄연히 다른데 몇몇 사람들에 의해 같은 의미로 왜곡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만족하는 인생, 개인의 행복한 삶을 영유하자란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 책은 '개인주의'의 선을 확실하게 그었지만, 내용에서는 사뭇 다르게 느꼈다. “내가 맡은 일에 온 힘을 다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개인주의자라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급소가 있다. 그것을 찌르는 흉기는 바로 말이다.”에서 우리가 흔히 일어나는 사람과의 주요 갈등이 “말”이라는 것을 언급하면서 조심하고 경계할 것을 말해줬다. 개인주의와 공동체가 고루 섞일 것을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닌 빈도”, “훌륭한 점과 비판받아야 할 점은 구분해야 한다.”는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집착하는 문화, 집단 내에서의 평가에 개인의 자존감이 좌우되는 문화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 성찰을 통해 만족 실현과 내적 성장해야 할 것을 느꼈다. 말과 행동 그리고 마음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다리는 도광양회의 자세를 가져야겠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이 저자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정치, 경제, 예술, 사회를 비롯해 심지어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다. 그것을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과 더불어 풀어내는데 정말 놀라웠다.
자신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쩌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후, 사건이 손쉽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보면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다짐하면서 이 판사는 겸손하고 일에 있어서 책임의식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고 반성을 하는 자세를 갖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를 가진 사람들이 만드는 사회를 바란다. 그런 사회는 많은 사상의 대립, 종교 차별, 인종 차별을 소멸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통합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는 시대에 알맞은 자세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합리적 개인주의자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해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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