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온점서재] 블랙 코미디 / 유병재

서재

by 이정록_06 2020. 9. 2. 15:00

본문

728x90
반응형



방송인 유병재 씨의 첫 번째 책인 블랙코미디를 읽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늦은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잠시 읽어보려 했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보게 되었다. 3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비교적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 실연을 당한 여자가 길에서 울고 있었다. 한 철학자가 이유를 알고 위로하는 대신 웃으며 말했다. 너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잃은 것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너는 왜 괴로워하는가?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철학자의 말을 알아들은 여인이 울음을 그치고 미소 짓자 철학자가 말했다.

 

“그래도 너야.”

 

 

 

- 겁이 많고 아픔에 민감한 것은 집안 내력이다. 사촌 누나는 손톱 옆에 거스머리 하나만 잘못 떼도 하루를 앓아눕는 사람인데 수차례의 성형수술은 관운장처럼 잘도 견뎌냈다. 그렇게 원인제공을 한 것이 자신이 아니었나 싶다.

 

 

- 내가 미워하는 누군가는 실재하는 누군가인지 상상이 만들어낸 누군가인지 생각해봤다.

 

 

- 나는 가끔 내 취향까지 허락 맡으려 하는 것 같다.

 

 

- 단톡방에서 늦게 대답하는 것을 카리스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넌 배에 뇌가 있을 것 같다. 똥은 대가리에 있으니까.

 

 

- 성희롱을 없애는 방법은 성희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성희롱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자신을 자위하는 모습을 형에게 적나라하게 들킨 것, 아버지의 성함이 유인구라 야구 중계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는 것, 연세 많으신 부모님은 기억력이 가물가물 해졌지만, 공무원이 된 친구들의 이름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계시는 것 등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솔직하게 담아냈다.

 

 

 

곳곳에 진중하게 써내려가는 글을 보고 “나도 이런 느낌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라며 공감하기도 했다. 웃을 수 있는 이야기 속에 뜨끔할 정도로 작은 반전이 숨어 있어서 신선했다. 이 책 속에는 재미와 공감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아재 개그를 빙자한 성희롱 발언에 대해, 잘못된 인식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는데 한 남성이 여성에게 배고프냐고 물어본 후, 여성에게 그럼 열 달 동안 배부르게 해줄까?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농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농담은 나뿐만 아니라 상대도 즐거워해야 그게 농담인 것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풍성하게 더욱 내용을 채웠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헐뜯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건 절대 아니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에 검은 글씨보다 흰 여백이 더 많았다. 여백의 미라고 위안하며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 책을 살지 말지에 대해서는 개인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을 거고, 진짜 그렇게 했다.

 

 

 

분명한 것은 유병재 씨는 정말 센스가 넘치고 똑똑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글을 통해 생각이 깊고 신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