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폭염에 지칠대로 지쳤는데 태풍 2개가 지나간 뒤에 갑자기 가을 날씨가 되었다. 난 '여름'의 더위를 싫어하지만, 이렇게 작별 인사 없이 훌쩍 떠난 여름과 어울리는 책을 소개해보려 한다.
책 제목을 보고 3초 뒤에 내 품속에 넣었다. ‘푸른 하늘’과 ‘맥주’의 조합은 생각만 해도 완벽했다. 이 책은 작가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여행과 맥주가 책 전부를 이루고 있어서 즐거웠다. 맥주를 좋아하는 난 이미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설렜다.
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은 시간 순서 대로가 아닌 의식의 흐름대로 구성되어있다. ‘뒤죽박죽, 왔다갔다’ 했지만, 일단 너무 재밌다. 작가의 유머와 위트는 시시했지만, 봐줄만 했다. 내가 웬만해선 책 읽다가 웃질 않는데 내가 낸 짧은 웃음소리에 내가 깜짝 놀랬다.
작가는 아래로부터 오키나와에서 위로부터 삿포로까지 캠핑 같은 여행을 떠났다. 산과 바다에 오토바이를 끌고 가기도, 자동차를 끌고 가기도 했다. 항상 그의 옆에는 아이스박스에 담긴 시원한 맥주가 있었다. 맥주를 너무 사랑해서 추운 겨울에도 맥주를 마시기 위해 직접 노천탕을 만들기도 했다.
처음에 경험 미숙으로 비닐 위에 깔개를 깜빡 잊고 비닐 위에 열이 가해진 돌을 올렸다. 열 때문에 비닐이 녹아 근처 가게에서 나무 상자를 구했다. 하필이면 그 나무 상자는 생선 상자였다. 열이 가해지자 생선기름이 녹아 노천탕에 비린내가 진동했다.
물도 차가워 근처 원숭이들이 비웃는 것처럼 깔깔 웃어댔다. 두 번째 시도는 마지막 전까지 완벽했다. 화룡점정으로 온천가루를 뿌렸는데 녹색 물에 재를 뿌린 듯했다. 알고 보니 가정용 입욕제를 뿌린 것이었다. 그래도 노천탕에서 편안하게 누워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콘돔으로 사용하는 오카모토 고무를 배로 만들어 급류 타러 갔다. 가다가 도중에 찢어져 돌아오기도 했고, 두 번째로 시도할 때는 1m 정도의 작은 둑을 폭포 소리로 착각에 죽기 살기로 악착같이 버텨내는 것이 너무 웃겼다.
노천탕에서 등에 벌레의 습격을 받아 아찔한 적도 있었고, 마지못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전기 해파리에게 혼나기도 했고, 자신의 손녀를 찾으러 떠났다가 빈털터리가 된 100세가 넘은 할머니와 하룻밤 같이 보내기도 하고, 낚시를 모르는 애가 자기 친구들 앞에서 헤세 부리는 모습에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기도 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골탕먹이려고 교포가 된 작가의 친구, 서로 노상방분을 하는데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고 하는 모습, 물속에서 대변을 짜릿하게 본 일, 낯선 이에게 대접받은 나물이 알고 보니 잡초였다는 사실, 노숙하다가 작정하고 편하게 쉬기 위해 유스 호스텔에서 그놈의 망할 생략 때문에 고생한 일,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가 오히려 말썽 피운 철없는 어른으로 오해받은 일도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모험이 가득한 만큼 작가의 삶은 흥미로웠다. 계획적이라기보다 즉흥적인 것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오랫동안 소중한 추억들로 간직하다 글이 되었으며, 결국 책으로 나왔다.
작가는 마지막에 젊은 독자에게 진심 어린 조언이자 충고를 했다. 더욱 많은 책을 읽을 것과 보다 많은 곳을 여행하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의 이 글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이것만큼은 궁서체로 진지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었다면, 왜 그런지 충분히 알 것이다.
책으로부터 평소에 체험할 수 없는 간접 경험을, 여행으로부터 신선한 자극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떠나는 작가의 결단이 부러웠다. 특히, 캠핑하는 부분을 볼 때마다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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