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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서른 즈음의 산책 / 예슬

서재

by 이정록_06 2020. 5.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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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독립 출판을 통해 탄생한 책이라 입고된 곳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전에 가 본 서점에서 입고한 것을 확인 한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읽었다.


책 두께는 얇아 그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다. 초록색 풀밭에 운동화를 신고 찍은 사진을 책 표지에 넣은 것이 좋았다. 제목 그대로 산책하듯 평온한 마음으로 책을 접했다.

 

작가는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일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기자생활을 했었다. 자신이 글재주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고 나서 제주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흰 종이에 소복소복 담아냈다.


책은 일기 형식이라 짧은 글이 대다수였다. 에피소드도 잔잔했다. 눈물 젖은 카레를 먹은 일화가 제일 극적이었다. 비가 몰아치는 날에 하필이면 가는 곳마다 가게들이 쉬는 바람에 고생만 하다가 드디어 가고 싶은 가게 중 한 곳은 영업 중이라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스물아홉,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이 생겨나고, 타인의 시선과 반응에 신경 쓰면서 지치게 되는 어른의 세계에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홀연히 떠난 그녀의 용기가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휘둘리기도 했지만, 세월이 지난 다음, 그때를 회상하면 즐겁고, 그립기도 한 것에 공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꼭 먹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정말 가야 할 장소 이진 않지만, 꼭 가야 할 장소는 아니지만, 여행 계획에 있어서 이왕 온 김에 가보고, 먹어보고 싶었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만족스러운 여행이 아니었다며 혼자 시무룩했다. 예전의 나는 그랬다. 이러지 못하면 저러면 된다. 그러면 어떻게든 되니까. 작가처럼 '여행'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책에는 아름다운 제주를 다른 여행 에세이처럼 아름답게 설명하거나 표현하진 않다. 가슴을 울릴 정도로 뛰어난 글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여러 고민을 풀어내는 것이 좋았다. 차분하고 정갈하면서도 소소한 웃음도 있었다. 빠른 89년생이라 88년생 친구들에게 웃픈 차별을 받는 것이 있었다.


이외에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결과 또는 성과가 보여야 될 나이임에도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은 나와 비슷했기 때문에 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깊은 생각에 빠져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제주도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가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라 가는 곳곳마다 지칠 것 같아 딱히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선입견으로 박힌 것들이 희석되어 그 자리에 호기심이 채워졌다. 기회가 된다면 올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책을 읽은 그날에 북리뷰를 썼어야 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 써보겠다고 고군분투로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읽고 난 직후의 느낌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이걸 핑계 삼아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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