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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딸에 대하여 / 김혜진

서재

by 이정록_06 2020. 9.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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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일찍 하늘나라로 떠났고, 딸은 자신의 품에서 떠나 독립한 지 꽤 되었다. 그런 딸이 난데없이 그녀에게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딸은 철부지 없어 보였다. 엄마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마련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다른 방안이 없어서 딸은 엄마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기로 했다. 전에 한번 안면이 있는 친구와 함께.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전에는 선생님, 학원 운전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선생님은 엄마의 자아실현이었다면 나머지 직업은 생계유지였다고 볼 수 있다.

 

 

딸과 함께 온 친구의 등장은 엄마를 힘들게 했다. 그들을 서로 '그린'과 '레인'이란 이름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엄마는 동성애자, 레즈비언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들을 완강히 부정했다.

 

 

요양병원에 담당하는 환자가 있었다. 이름은 '젠', 젊었을 적에 사회를 위해 크게 힘썼지만, 지금은 몸이 불편한 치매환자가 되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녀를 위해 성인이 될 때까지 후견해줬던 '띠팟'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젠'을 위해 한번 찾아오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건 냉담한 반응이었다. 그런 모습을 본 엄마는 딸이 걱정되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오히려 딸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딸이 불규칙하게 집을 들어오는 것과 낯선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오는 것이 수상쩍었는데 알고 보니 딸은 동성애자란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받았다. 그 후로 지속해서 시위에 참가해왔고 그동안 생활비는 '레인'이 책임지고 있었다.

 

 

엄마가 딸이 시위하고 있는 현장에 직접 가서 철저히 학교 측과 사회로부터 고립된 딸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몸싸움이 번져 가벼운 부상을 당한 딸과 크게 다쳐 몸져누워 있는 딸 동료의 모습을 보고 더욱 근심만 쌓여갔다.

 

 

엄마와 딸의 관계가 서서히 변화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병원 측에서 '젠'을 더는 치료하기가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강제로 보내버렸다. 그 결정에 맞서다가 결국 엄마는 부당해고를 당했다. 엄마도 딸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났다. 엄마는 '젠'이 있는 먼 병원까지 찾아가 그녀를 잠시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만이라도 그녀를 정성껏 보살피기 위해서였다. 현실적 한계에 이르러 곧 다시 병원을 알아보려 했는데 '젠'은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젠'을 도우면서 어느 정도 딸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했고, 딸도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냉랭했던 둘의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선 아직 벽이 허물어지진 않았다. 분명한 것은 엄마도 딸과 그녀의 연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성 소수자가 갖는 편견과 피해, 육아 때문에 여성경력단절이 되는 문제, 노인 요양보호원의 열악한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보다 어르신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가 참신했으며 문득 우리 부모님께서도 이 책에 나오는 엄마가 철없는 딸을 바라보듯 나를 걱정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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