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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 / 정인성

서재/에세이

by 이정록_06 2020. 2.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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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코너를 구경하다가 궁금해서 이 책을 골랐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의 작가가 ‘소설 마시는 시간’도 썼었다.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닌데 괜히 아는 작가를 접해서 반갑다며 혼자 호들갑을 떨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지켜나가면 내 일이 됩니다.’ 술과 글을 좋아한 작가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책바’를 운영했다.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공간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안정된 삶 속에서 불현듯 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난 행복한가?’에 그는 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이어나갔다. 그 답을 찾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뜻밖에 현재보다 과거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동네 서점 구석에서 폐점할 때까지 ‘책’을 읽었다.


군대에서도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좋은 글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또한, ‘레고’를 통해 공간의 매력을 발견했고,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자 했다.


취업과 동시에 독립해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가볍게 마시는 술은 더욱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점으로 흩어져 있는 취미를 선으로 이어 나갔다.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든 발산할 수 있는 ‘생산형 취미’로 발전시켰다.


낭만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이 재밌었다. 난 ‘조주 기능사’가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작가가 술에 해박한 지식을 어떻게 얻었는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책바’의 공간을 구할 때, 많은 부분을 고려했다. 임대료, 접근성(동네, 위치), 크기, 주변 음식점, 상가의 느낌 등 꼼꼼하게 확인해서 연희동의 한 건물로 낙점했다.


도쿄와 아일라섬(스코틀랜드 제2의 도시인 글래스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으로 출장 가서 서점과 위스키의 정보를 얻었다. 도쿄에서는 여러 곳의 서점을 둘러보며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아일라섬에는 위스키를 비롯한 다양한 술을 어떤 식으로 제공할지 생각했다. 4년의 시간 흘렀지만, ‘책바’의 간판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다. 작가는 이전의 삶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자발적으로 불규칙한 삶을 선택했지만, 그 속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요가를 통해 심신을 단련시키고, 가끔 강연하고, 책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보다 삶이 풍족해진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책은 궁금한 것에 비해 흥미는 덜 했다. 이 책이 자칫 자기 성공담을 자랑하는 책으로 오해할 뻔했다.

 

‘에필로그’에서 나온 에피소드와 ‘책바’를 더 녹여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런 거였다. 작가는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실행완수능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


반면에 나는 부족한 것도 모를뿐더러 보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막연히 높은 이상만 꿈꾸고 있다. 나도 과거의 점들을 한번 찍어봤고, 그 선들을 천천히 그어볼 기회가 되었다. ‘책바’에 들러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다만, 그때까지 폐업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압생트를 제대로 마셔보고 싶다. 주문한 사람 중 90%는 절반도 마시지 못하고 남긴다는데 설명만으로 부족하다. 맛을 느껴 봐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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