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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 모리 에토

서재

by 이정록_06 2020. 9.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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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을 짧은 시간에 읽은 뒤에 이 책을 읽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라는 책은 단편소설 6편을 담은 책이다. 그 중 마지막 소설의 제목을 따와서 책 이름으로 만들었다. 요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책을 많이 읽었는데 역시 이 책도 무난하게 잘 읽었다. 단편 소설마다 분위기가 전부 달랐으나, 주제는 자신의 기준과 타인의 기준의 사이 고뇌하는 것이 비슷했다.

 

 

 

“그릇을 찾아서”는 '양과자 메이커'가 되는 것이 목표였지만, '야요이'보다 천부적인 감각과 능력이 있는 '히로미'의 가게에서 일했다. “라 뤼미에르”라는 케이크 가게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야요이'는 주방보다 '히로미'의 비서가 되어 다른 업무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푸딩에 맞는 '미노자기'를 찾으러 지방까지 가게 되었다. 다음 날에, '야요이'의 남자친구인 '다카노리'와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그마저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야요이'는 주어진 일에 대해 온 힘을 다하고자 '히로미'가 선택한 '미노자기'를 포기하고 '야요이'의 눈을 사로잡은 '미노자기'에 꽂혔다.

 

 

 

이미 청혼을 계획하고 있는 '다카노리'는 사랑과 일 중에 선택하라고 했다. 그녀는 남자친구의 제안을 뒤로한 채, 낯선 남자직원의' 미노자기'를 얻으려는 생각으로 끝이 났다. 그녀의 이기적인 결정에 조금 불편했다.

 

 

 

“강아지의 산책”은 까페 바 휴식이란 술집에서 일하는 '에리코'는 유기견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그녀의 친구인 '나오미'로부터 이 자원봉사를 같이하면서 '비비'와 '걸'을 자신의 집에서 임시로 키웠다. 신장병을 앓고 있는 못생긴 강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입양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에리코'는 전단을 돌리면서 기울어진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에리코'는 강아지와의 산책 도중 시댁에 잠시 들렀다가 어머니께 놀라운 제안을 받았다. 아버지의 동의를 받고 '비비'를 입양하겠다는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아버지께서는 완강하게 강아지를 거부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 어느덧 아버지께서도 강아지를 좋아했다. 또한, 그녀가 일하는 술집에 단골인 '하마지리'는 강아지가 왜 소고기덮밥 같은 존재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에리코'는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에게 모든 기준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소고기덮밥을 적용했다. 마찬가지로 '에리코'는 '비비'에게 쓰이는 비용이 하루에 800엔인데 그 비용이 그녀에게 기준이 되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하마지리'는 다소 어이없었지만, 그녀에게 느닷없이 3만 엔을 쥐여줬다. '에리코'는 이 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 돈으로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 식사를 상상하면서 끝이 났다. 따뜻하고 흐뭇했다.

 

 

 

“수호신”의 주인공 '유스케'는 대학에 어렵게 다니고 있었다. 많은 과목의 과제를 제출하기가 버거워 어렵게 '니시나 미유키'라는 사람에게 찾아갔다. 그녀는 무료로 과제를 대필해주는데 유독 '유스케'만큼은 해주지 않았다. 1년 전에 그렇게 호되게 퇴짜를 받고 또 그녀에게 찾아왔다.

 

 

 

그녀는 '유스케'의 프리터라는 점, 대필 목적이 불순한 점을 내세워 '유스케'의 요구를 거절했다. '니시나 미유키'는 그가 생각보다 능력 있는 것을 알곤 칭찬이 섞인 말로 그가 힘낼 수 있도록 했다. '유스케'는 지금껏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온 것들에 대해 위로받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내 그는 자신이 직접 과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겼다. 강의실을 나가면서 그녀가 선물로 준 스트랩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종소리”는 다른 것들에 비해 분위기가 무거웠다. '기요시'는 25년 전, 자신이 일한 작업장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기요시'는 부처를 조각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 꿈을 포기하고 '마쓰우라'의 작업장에 들어갔다. 그의 스승인 '마쓰우라'와 동료 '고로'는 현묘사라는 절에서 불공견삭관음을 보수했다.

 

 

 

'기요시'는 불공견삭관음을 보면서 여성스럽고 요염하다고 생각했다. 낮에는 수많은 보수 작업을 하고, 밤에는 마을 사람들과 식사와 함께 술을 마셨다. '기요시'의 성격상 그런 것들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몰래 자리를 빠져나와 불공견삭관음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점 그곳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불상에 말을 걸면서 감정이입을 했다. 그럴수록 '마쓰우라'의 관계는 악화하였다. 덧손질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심해져 '마쓰우라'는 '기요시'가 이 작업에 빠질 것을 명령했다. 어느 날, '기요시'의 여자친구가 현묘사에 전화가 왔다.

 

 

 

그녀가 아이가 뱃속에 있다고 전해 들은 '기요시'는 크게 당황했다. '마쓰우라'처럼 속물이 된 것 같고 불상을 위해 인생을 바치려고 한 그의 인생에 차질이 생겼다. 그날 밤, '기요시'는 불상 앞에서 묘한 꿈을 꿨다. 불공견삭관음이 자신의 몸을 더듬고 유열을 느끼면서 사정을 했다.

 

 

 

떠나기 전날, 다시 한번 '기요시'는 보수 작업이 끝난 불상 앞에 다가갔다가 미끄러지면서 불상의 새끼손가락을 부러뜨렸다. 다행히 '고로'가 가져온 접착제로 위기를 벗어날 순 있었지만, 그 죄책감은 '기요시'를 억눌렸다. '기요시'는 떠나 가구상으로 직업을 바꿨다.

 

 

 

'고로'는 이어 국정 문화재조사원이 자신들이 보수 작업한 불상이 불공견삭관음이 아니라 준제관음이었다. 현묘사의 선조는 실수로 준제를 얻어왔는데 그들 종파에서 인정하지 않기에 불공견삭관음으로 고쳤던 것이다. 준제관음은 순산과 양육을 상징하는데 그때 '기요시'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고로'와 시답잖은 농담하면서 끝났는데 솔직히 이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넘겨 읽었다. 조금 복잡하지만, 흥미가 있었다.

 

 

 

 

“X세대”는 소규모 출판사에 일하는 '겐이치'와 애니멀 완구에서 일하는 '이시쓰 나오키'의 이야기다. 그들은 상품 및 광고 문안과 실물에 차이가 있다며 클레임을 걸어온 고객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해당 장소로 가는 도중에 '나오키'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며 내일 약속을 상기시켰다. 차 안에서 '나오키'가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오키'는 고등학교 때 야구부를 했었다. 그런 친구들과 10년 후에 한 팀으로 야구 경기를 함께하기로 했는데 다음날이 바로 그 날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모처럼 그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고 소중한 날이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모두가 함께하기를 바랐지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고객과의 만남에서 무난하게 해결했다.

 

 

 

어린 친구인 줄만 알았던 '나오키'가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면서 기분 좋게 해결하고 돌아오는데 또 다른 클레임을 제기한 고객을 내일까지 해결하라는 나오키의 상사의 부탁에 나오키는 심지어 회사를 그만둬서라도 내일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 그런 모습이 불쌍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과거 야구부 생활이 그리웠는지 '겐이치'는 나오키와 함께 그 고객을 만나러 가면서 한 가지 제안했다.

 

 

 

혹시 보결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이내 전화가 와서 몸이 아픈 친구가 결국, 맹장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자동으로 겐이치는 내일 나오키와 함께 할 것을 즐거워하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가 나타내는 의미를 이해하는데 힘들었다. '리카'는 5년동안 외자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다가 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에 지원하면서 '에드'를 면접장에서 만났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그들은 사내연애를 시작했다.

 

 

 

'에드'는 분쟁지역으로 근무 가기 전, '리카'는 '에드'와의 결혼해서 안정적인 삶을 원했다. 결혼 후, 장거리 부부가 되어 간간히 '에드'가 휴가 나올 때마다 비로소 진정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이 지쳐 '리카'는 '에드'가 도쿄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그는 그런 삶을 싫어했다.

 

 

 

서로 기준점이 달랐기 때문에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인테리어, 삶의 방식, 아이를 갖는 것 등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이혼이었다. '에드'는 분쟁지역 중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 소식에 충격을 받은 '리카'는 회사생활도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사인 '린다'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 해고통지할 거라 예상했지만, '린다'는 분쟁지역에 가보는 것을 추천했다. '에드'의 유년시절을 통해 지금의 그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가 목숨 바쳐 구한 여자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에 그녀는 벚꽃이 만개된 회식 장소에서 분쟁지역으로 갈 것을 결심했다.

 

 

 

이 소설에서 '에드'의 독단적인 행동과 이기적인 모습에 '리카'가 불쌍해 보였다. 그가 과연 '리카'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가 진짜 궁금했다. 도무지 책 속에서 감히 판단할 수가 없었다.

 

 

 

 

“종소리”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가 그나마 반전과 자극이 있었다. 이외에는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과 피식하고 한번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소설이 다소 강렬했고, 훌륭했다. “강아지의 산책”도 일본영화처럼 소소했지만, 유익했다. 오랜만에 새로운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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