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점서재]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소노 아야코

 

 

 

오랜 기다림 끝에 이 책을 내 품에 들어왔다. 작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같은 느낌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가정불화로 부모가 이혼하는 등 행복과는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고도근시를 앓아 그녀의 삶은 어둡고 폐쇄적이었다.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소설가로 평온하게 지냈다. 그러나 50대에 중심성 망막염이 더해 거의 앞을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희박한 수술은 성공했고, 더는 안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다. 수없이 많은 굴곡을 겪으면서 작가는 삶과 생각을 담은 이 책은 뭔가 조용하지만, 힘을 느껴졌다. 나른하고 느긋하면서 적당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훔치고 싶은 문장들이 여러 있어서 그것들을 여기에 써보려 한다.

 

 

* 삶들은 누구 하나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훌륭하게 완결되어 빛난다.

* 약간의 도움이 상대방에겐 뜻하지 않은 행운을 주기도 한다.

* 세상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 역경 속에도 즐거움이 숨어있다.

* 역경마저 평범한 일상 중 하나로 여겨야 한다.

* 인내가 가장 필요한 곳은 사랑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 상대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견딘다.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 인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을 받들어주는 힘이다.

*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완성도를 갖춰 놓기.

* 가령 약간의 좌절은 있더라도 그런 좌절에서조차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찾아낸 의미가 인생의 빛이 된다.

* 불행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둔다면 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

* 고식이란 잠깐 한숨을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 행복에 대한 갈망은 오직 불행한 가운데 키워진다.

*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다.

* 최후의 순간까지 내가 살아온 의미에 대한 해답은 정해지지 않는다.

* 인생의 슬픔으로부터 인생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것이다.

* 저 사람은 옳지 않아. 나의 판단 뒤에는 저 사람에겐 배우고 감탄하기에 충분히 빛나는 무언가가 가려져 있다.

* 우리는 가까이에 어울려 살아가더라도 바라보는 인생의 풍경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 나와 세상이 대답이 다른 이유는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정답이 틀려서가 아니다,

* 인간은 타인의 전부를 알 수 없다.

* 적의나 차별 없는 말과 행동이더라도 상대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치욕스런 상처가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 삶에는 기준도 법칙도 없다.

* 서로의 신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금물이다.

*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등불이 될 수 있다.

* 염려와 공포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생겨난다.

* 없는 것으로 헤아리지 말고 있는 것을 헤아리라.

* 감사는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영혼의 고귀한 표현이다.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보는 잠깐의 여유에 달려있다.

 

 

칭찬받는 삶은 지친다.

결점을 보여주면 편안해진다.

타인의 불행이 때로는 즐겁다.

존재만으로도 등불이 될 수 있다.

불행을 알아야 행복도 안다.

적당함의 미학.

타인의 말 한마디에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휘둘리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방식에 좋고 나쁨이 없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뭔가 사뭇 느낌이 달랐다. 궁금해서 밑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보다 온전히 제목을 몇 번이고 읽게 되었다.

타인 삶이 멋있든 화려하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물론, 좋은 점은 배워야 하겠지만, ‘나는 나답게’로 자존감과 자신감을 유지하며,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거나 의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삶은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선택한다. 그 과정에 의도와 다르게 나 또는 타인이 상처받기도 한다. 딱히 정답은 없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적당하게 행복한 삶을 지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