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만에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다. 아이는 2층 침대 난간에 매달려 아버지가 자신을 받아줄 거란 믿음으로 떨어졌다. 아들의 생각과 반대로 아버지는 손을 뻗어 아들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아들은 그대로 떨어졌고, 서운함의 눈빛을 보냈다. ‘인생에선 누구도 믿어선 안 돼.’라고 아버지가 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말고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워 '아서'를 낳았다. 아버지가 자신을 소원하게 한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오랜만에 아버지와 낚시를 하러 갔다. 건강이 악화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데 '아서'에겐 등대를 줬다. 단, 절대 다른 사람에게 팔아선 안 될뿐더러, 지하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
‘24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 아버지의 경고에도 '아서'는 호기심에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아서는 몸에 이상한 변화를 느끼면서 쓰러졌다. 불편한 몸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일어난 곳은 등대가 아니었다.
시간은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아버지께 이 상황을 설명하자, 숨겨둔 사실을 알려줬다. 실종된 지 20년 이상 된 할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있었다.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갑자기 스르르 쓰러지고 난 다음, 일어난 곳은 어떤 여성이 샤워하고 있는 곳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리자'. 헐레벌떡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지갑을 찾기 위해 다시 찾았다. 덕분에 '리자'를 알 수 있었다.
정신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빠져나오는데 '리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할아버지를 겨우 구했지만, '아서'는 붙잡혔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리자' 집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찾아가 할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할아버지도 '아서'처럼 등대 철문에 들어가서 스무나흘 동안 24년이 흘렀다고 했다.
그러는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는 사랑에 빠졌었다. 심지어 자식까지 있었다. 24년이 지난 후, 거짓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은 할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불의의 사고로 그녀를 잃고 충격으로 할아버지는 정신병원으로 간 것이다. 할아버지는 '아서'가 자신처럼 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서'는 '리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불꽃 같은 사랑은 점점 사그라졌다. '리자'는 매몰차게 '아서'와 헤어졌지만, 점점 그를 그리워했다.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아서'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나타났다. 재회한 그들은 또 사랑을 이어갔다. 그들 사이에 두 아이가 생겼다. 할아버지는 '아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기나긴 24년이 끝날 즈음에 '아서'와 '리자'는 한 차례 위기가 드리워졌다. 모델과 연기자 '리자'는 새로운 작품을 위해 만난 자리에 '아서'가 들이닥쳤다. 고성이 오가는 싸움에 결국, '아서'는 가족을 등한시하고 막무가내로 차를 몰고 술에 잔뜩 취해버렸다.
'리자'는 니콜라스 스튜어트 헐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아서'는 그들의 집으로 몰래 찾아가 그의 책을 바라봤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며 머릿속에서 글자들이 자리를 바꾸더니 '아서 설리반 코스텔'로 바뀌었다. 그 사진 속의 인물이 바로 '아서'였다.
그곳에서 '아서'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는 자와 마주했다. 화가 난 '아서'는 페이퍼 나이프로 사정없이 찔렀다. 이상하게도 자신의 몸이 축 늘어졌다. 사라지는 건 '아서'가 아니라 가족들이었다.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전개가 이어졌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끝맺음을 할지 너무 궁금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순간,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은 그저 소설에 불과했다. 소설 속에 소설을 넣은 것이다. 실제 '아서'는 방 안에 들어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할 순간에 그는 ‘다음에’라는 말로 미루기만 했다. 아내 '리자'는 서운함과 속상함으로 둘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서'를 위해 등대를 사려 했다. 과정에서 만난 등대 소유주는 '리자'의 내연남이라고 '아서'는 오해했다. 사설탐정을 고용해 뒤를 캐고 있었다. 사실을 안 '리자'는 분노했고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그 날, 자동차가 강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자'는 구사일생으로 살았지만, 두 아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아서'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는 정신 병원에서 치료하는 중에 아픔을 글 쓰면서 극복하라고 조언했다.
'아서'는 받아들인 다음, 결말만 남겨두고 있었다. 등대에서 지내고 있는 '아서'에게 찾아간 '리자'는 그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다 읽고 난 다음에, '아서'가 깨어났다. '리자'는 우리를 위해 아서가 책을 완성하지 않았으면 했다. 둘은 앙금을 훌훌 털어버리고 아픔을 이겨내기로 하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등대의 비밀은 끝내 알 수 없었다. 과감히 생략한 것이 좋았다. 오직 24일 동안 24년이 흐른 아서의 이야기와 매번 다른 장소에서 깨어나 하루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잘 담아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문득 생각났다. 그동안에 일어난 일들은 그저 한낱 꿈이란 것에 많은 이가 적잖이 놀라고 당황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은 감탄만 나왔다.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 밖에.
기욤 뮈소의 세밀한 묘사 방법에 지루할 틈이 없었으며, 행복한 결말에 편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전에 읽은 ‘파리의 아파트’처럼 실망하지 않을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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