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가끔 나도 그래’는 블로그에서 주로 책을 다루는 사람이 직접 쓴 책이다, 그 책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해 바로 대출했다.
이 책은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정독했지만, 읽기 힘든 책이었다. 딱히 어려운 단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건 없는데 왜 그랬을까? 이 책은 주로 사랑 중에 이별 후의 이야기를 썼다. 이별했음에도 슬픈 감정을 폭발하진 않았다. 오히려 덤덤하고 냉정하게 이별을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이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전체적으로 글 속에 있는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생각하게끔 하는 문장들이 여럿 있었다. 그것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는 당신으로부터 지켜야 할 거리가 있다. 감정의 간격은 멀어야 하고, 섣부른 그리움을 멈춰야 하고 ’함께‘라는 단어는 좌절시켜야 한다,’
‘사랑이라서 가능한 일이니 그 사랑이 다하지 않기를.’
‘마침내 나는 온통 너로 가득 찬 글을 엮어 너를 한 번 더 만져 보는 일.’
‘그래, 모든 순간이 근사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언제나 근사해.’
‘모두를 사랑하지만, 당신을 더욱 사랑한다. 모든 수식어를 마구 붙여서 사랑한다.’
‘내색하지 못했던 슬픔은 네 몫이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던 내가 너에게는 온 마음이 흔들린다. 너는 바람보다 딱딱한 하나의 부딪힘이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되 집착하지 말 것.’
‘지나고 보니 바람이구나. 머물렀을 때는 사람이더니, 사랑이더니.’
‘이를테면 당신의 오래된 삶으로 남고 싶다.’
한수련 작가는 책에 혼자 마시는 술을 좋아한다고 했다. 조용한 속내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특히, 맥주를 좋아하는데 운동하고 난 후, 맥주 한 캔만 즐겨 마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다.
‘답답하고 힘들 때 누군가를 불러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 재밌다. 그러나 내 힘든 일을 말하면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거나 내가 덜컥 그들에게 짐을 얹어주게 되어버린다. 나의 고민이 누군가에게 가볍거나 무거운 무언가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스스로를 저울질한다.’
이 부분을 왜 그렇게 공감이 되었냐면, 나도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생각이 변했다. 내 고민이 하여금 친구들에게 가볍거나 무겁게 느낄까봐 이야기를 그동안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술 한 잔 걸치면서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핑계 삼아 결국 하진 못했다. 그동안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고서 어떻게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 책은 다소 나에게 어려웠다. 기대한 것보다 만족스럽진 못했다. 그래도 나름 차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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