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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골든아워 2 / 이국종

서재

by 이정록_06 2020. 10. 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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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워낙 인기 있는 도서라 좀처럼 대출을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다른 도서관에서 책을 받아서 읽었다. 이 책을 쓴 이국종 교수는 ‘김훈’ 작가의 열렬한 팬이라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문체를 닮아 문장이 깔끔하다는 것을 익히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국종 교수는 필력이 정말 대단했다. 섬세하게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내는 것이 아주 깔끔했다. 직면한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세세히 설명했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가끔 인터뷰할 때, 무미건조하고 냉철한 모습을 종종 봤었는데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

 

병원의 입장에서 ‘중증외상센터’는 수익을 크게 낼 수 없기에 부정적으로 본다.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하기 힘들다. 심지어 병원 관계자도 중증외상센터의 고충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곳에 일하는 직원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할수록 그들의 건강은 위험해진다.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직원들은 치료해야 될 곳이 수두룩하지만, 휴식을 취할 수 없다. 과도한 업무에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몸을 혹사하고 있다. 출동하기 전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식은 피자를 들고 헬기에 탑승하는 부분을 읽은 후, 더 늦기 전에 뭔가 확실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중증외상센터’ 운영에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늦은 밤 또는 새벽에 헬리콥터 소음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민원을 받을 때 어떤 심경일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 불편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자신, 가족 그리고 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더구나 찾은 민원으로 우수한 헬기 착륙장이 있음에도 폐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일어나기도 했다.

 

헬기가 착륙하기 위한 곳을 찾는데 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잔디 훼손의 우려가 있어서 도청과 시청 앞에 있는 광장에 착륙을 거부하는 곳이 있었다. 이런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있지만, 유일하게 ‘창원시’만 흔쾌히 승인해줬다기에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너무 뿌듯했다.

 

이국종 교수는 ‘세월호 참사’ 때 현장에 있었다. 점점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배를 죽어가는 고래로 비유했다. 뚜렷한 지휘체계가 없어 구조 명령을 받지 못한 상태로 무한 대기했다. 곧 연료가 바닥이 나 근처에 지원받지 못하고 산 정상에 있는 곳에서 겨우 연료를 넣을 수 있었다. 긴급한 상황에 그놈의 사전 승인이 뭐라고 퇴짜를 놓는지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사고 수습은 언제나 생각했듯 실망스러웠다.

 

책 뒤편엔 자신과 함께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면서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명단이 들어있었다. 이렇게라도 희생과 헌신하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이런 조용한 영웅들도 있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책은 흥미롭거나 유쾌하진 않다. 부족한 자원으로 간신히 버티고, 짜내는 부분은 처절했다. 안일한 공직자의 업무처리에 그 어떠한 물적, 인적 지원도 넉넉하지 못해 답답하고 울분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평과 불만을 최대한 누르고 책임감 하나로 중증회상센터를 지켜냈다. 이분들이야말로 존경과 감사를 끊임없이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사람들이다.

 

이 책을 통해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낯설고 멀게만 느꼈는데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골든아워 때 중증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까지 다른 곳과 긴밀한 협조와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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