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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해가 지는 곳으로 / 최진영

서재

by 이정록_06 2020. 3.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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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자마자 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냉큼 책을 읽었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아포칼립스 소설’이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는 기존의 지탱하고 있는 법과 제도 그리고 도덕이 그냥 무너져 버린 사회에 살아남은 이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텨내는 것을 뜻하고 있다.


발병 원인도, 증상도, 감염경로도 파악되지 않은 채 바이러스는 널리 퍼져 사회를 파괴했고 지구를 폐허로 만들었다. 국가의 기능은 이미 상실해 더는 생존의 문제는 각자 짊어져야 했다.


강도와 약탈 그리고 강간은 자행되었다. 결국, 한국을 떠나 무작정 러시아로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러시아까지 청각장애인 동생인 미소와 함께 온 도리, 아버지와 살아남은 친척들이 트럭을 끌고 온 지나, 그녀의 옆집에 살던 남자아이 건지 그리고 바이러스로 큰 애를 잃은 권태기 부부 류와 단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었다.


시시각각 시점이 전환되어 끝날 때마다 잠깐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초반에는 읽어나가면서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 ‘이런 설정은 뻔하다.’ 라는 식으로 책에 집중하는 동시에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생각이 변했다. 머릿속에는 이미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확정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뒀으나 비극적이었다.


물과 식료품을 안전하게 구할 수 있을까?, 내 집을 약탈하기 위해 문을 부스는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막을까?,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안전한 곳은 어디에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답은 끝내 찾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도리와 미소는 지나의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나 지나와 건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두 소녀를 달가워하진 않는다.


점점 연료와 식료품도 바닥이 보이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아 가족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었다. 이 불행의 근원은 도리에게 옮겨갔다.


지나의 큰 아빠를 비롯한 몇 명이 도리를 강간하려 했다. 다행히 건지가 나타나 도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도망쳤지만, 그는 잔인하게 버림을 받았다.

 

안전했던 지나에게도 고난이 찾아왔다. 그 지역에서 규모가 큰 세력에게 붙잡혔다. 남자들은 총을 들고 전쟁하러 나갔고, 이모와 지나는 성 노리개가 되었다.


잘 피해 다니던 류와 단도 끝내 이들에게 붙잡혔다. 마지막으로 도리와 미소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비로소 수용소에서 류와 지나 그리고 도리가 만나게 되었다. 류와 도리는 예전에 다른 갱단을 따돌리기 위해 잠시 그들의 딸을 맡긴 적이 있었다.


지나는 도리와 미소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따뜻하게 챙겨줬다. 점점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입맞춤까지 했었다.

 

어둡고 암울한 세상에서 다시 빛이 나게끔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비록 조직 간의 세력 싸움으로 얼떨결에 도망을 칠 수 있었지만, 그들이 수용소에서 그토록 나가고 싶은 의지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마 사랑이 아닐까 싶다.


열린 결말이라 임의로 내가 마지막 퍼즐을 맞추면 되었다. 악착같이 버티다 보면 언젠가 바이러스를 막을 약이 나올 것이고, 다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하려다가 이내 아주 이상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검색했는데 일부분은 아름다운 문장들이 더러 있었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는 그런 문장들을 발견하지 못했을뿐더러 곱씹어 보지도 못했다.

 

책을 읽을 때 너무 이야기 흐름에 집중하다 보면 훌륭한 문장과 글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서 더 좋은 소설을 읽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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