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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서재

by 이정록_06 2020. 3.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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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고 어떤 내용일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제목보고 추측해서 맞히는 적중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이것만큼은 확신했다.


젊은 층에서 소위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거다. 좀처럼 우리나라에서 살기 힘든 상황을 조선이란 나라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계나는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한국이 싫어서 더는 이곳에서 살 수가 없다며 호주로 떠났다. 한국에서는 기대하는 희망보다 호주에서 새로 시작하려는 의지가 더 컸다. 시민권을 얻기 위해 그녀는 청춘을 걸었다.


호주에서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집을 구해 그곳에서 쉐어 하우스를 마련했다.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자신만의 방도 생겼다.


일터에서 만난 자유분방한 친구의 도발적인 행동으로 경찰에게 불법으로 쉐어 하우스를 하는 것에 걸렸다. 그 결과 보증금을 회수도 못 하고 쫓겨나다시피 나와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다.

 

어려운 순간에도 그녀의 옆에서 재인은 묵묵히 도와줬다. 이후 돈은 다시 모아 쉐어 하우스 마스터가 되었고, 자신의 집에 오기로 한 한국인이 보낸 수표가 위조수표였다.


그녀는 아시아인이라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 계나는 한국을 떠난 이유를 한국이 싫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읽어 갈수록 그녀는 행복을 찾아 떠난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는 가족, 친구,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었음에도 그녀의 행복을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가족은 그녀의 유학자금인 2,000만 원으로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가기 위해 또다시 그녀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친구들은 몇 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시어머니, 직장 뒷담화를 신랄하게 할 뿐,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은 전혀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친구 관계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자친구와도 끈끈한 사랑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집안보다 부유해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했고, 남자친구도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결국, 그녀와 함께하진 못했다.


세월이 흘러 지명은 기자가 되었고, 한국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럼에도 계나는 안락한 생활을 이어나가지만, 행복하진 않았다. 예상했다시피 그녀는 그를 떠나 호주로 갔다.


만약에 한국에서 계나가 누군가로부터 용기와 위안을 얻으면서 행복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그녀는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싫었다. 그러면서 계나는 신분 상승을 행복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명의 부모가 자신을 못마땅한 걸 알면서도 그녀의 동생은 밴드 활동하는 남자와 교제하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미 머릿속에 뿌리 박혀 있는 사고방식을 개선하지 못하고 단지 나라만 옮겼는데 그녀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한국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여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음에도 후회하지 않고 홀연히 떠난 그녀의 결단력은 정말 대단했다.


낯선 호주에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리고 회계 사무소에 직장을 구한 그녀의 도전정신이 너무 멋있고 부러웠다. 계나는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일기형식으로 과거를 회상하듯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재밌게 술술 읽어나갔지만, 막상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한국 사회가 지닌 문제라 묵직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병폐들로부터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개인이 누릴 수 있는 행복추구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기준에서 행복의 종류를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으로 나눈 것이 신선하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가까이서 보면 정글이지만, 멀리서 보면 축사로 보일 수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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