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는 많은 사람들의 추천한 덕분에 읽을 수 있었다. 책 표지가 에메랄드 색으로 여백이 많아 깔끔했다. 제목을 보니 ‘연애’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실로 오랜만에 읽어보는 연애 소설이라 내심 기대되었다.
책을 넘기고 목차를 넘겨보니 단편 소설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또한, 내가 예상한 것과 정 반대로 전개되는 소설에 적잖이 당황했다. 첫 번째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고 난 후, 한동안 책을 읽진 않았다가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야 다시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총 9편의 소설이 있다. ‘너무 한낮의 연애’,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 ‘반월’, ‘고기’, ‘개를 기다리는 일’, ‘우리가 어느 별에서’, ‘보통의 시절’,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난 이 책을 읽고 난 후, 허전했다. 단편 소설들이 전반적으로 무거웠다. 전혀 밝은 느낌은 없었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전개과정에서 절정이 극에 달하지 않고, 급하게 이야기가 끝났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웠다. 좀 더 이야기를 더 이어갔어도 충분했을 텐데 여운과 여지를 남긴 결말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단편 소설이 끝날 때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직원으로 좌천당하다시피 인사이동을 한 필용이 학창 시절에 자주 다니던 햄버거 집에 다니면서 힘듦을 위로받았다.. 햄버거 집 맞은편에 있는 극장에서 연극이 있었는데 과거 자신에게 고백한 양희가 쓴 것을 알았다. 그날부터 점심마다 극장에 가서 연극을 봤다.
‘조중균의 세계’는 출판사에서 교정일을 하는 조중균은 나이가 많았지만, 직책이 없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가 워낙 확고해 동료 직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조중균은 점심을 먹지 않는 대신 돈으로 받아내기 위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했지만, 그 누구보다 일을 최선을 다하고, 원칙과 소신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인턴으로 입사한 혜란과 ‘나’는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히 달랐다.
‘세실리아’는 중년이 되어서도 만나는 대학 동기들의 대화에서 세실리아가 나왔다. 엉기고 치댄다고 해서 ‘엉겅퀸’이란 별명을 가진 세실리아는 남자동기들한테 크고 매력적인 엉덩이를 가져 그 별명이 생겼다. 주인공 ‘정은’은 ‘세실리아’를 만났지만, 결국 둘은 좋은 만남이 아니었다.
‘반월’은 빚 독촉을 피해 엄마와 동생과 함께 이모가 살고 있는 서해안의 섬에 도망쳤다. 이모의 가정사와 섬에서의 일어난 일을 담은 소설이다.
‘고기’는 한 마트에서 유통기간을 속여서 화가 난 여자는 본사 게시판에 글을 썼다. 그 글 때문에 실직할 수도 있는 마트 정육팀장과 고모의 부탁으로 매일 어디론가 일을 나가는 남편, 가정 폭력의 환경에서 자란 ‘여자’의 이야기다.
‘개를 기다리는 일’은 유학을 떠난 딸이 급하게 귀국했다. 이유는 엄마가 강아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근친상간 등 죄책감에 미친 듯이 쇼핑하는 엄마와 함께 매일 공원에서 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곳에서 개를 목격한 아이는 엄마가 의도적으로 개를 유기했다는 식으로 말했고, 하필이면 아빠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어릴 적부터 화천의 고아원에서 자라 서울로 상경해 간호조무사가 된 주인공이 밖으로는 어려워진 고아원에서 계속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는 편지가 날아오고, 안으로는 환자가 자신이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달라고 독촉했다. 주인공의 상실감과 부채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보통의 시절’은 어릴 때 부모님이 운영하는 목욕탕에 불을 질렀고, 부모님마저 돌아가시게 마든 김대춘이 출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남매가 크리스마스 날, 외진 삼계탕 집에서 모였고, 큰 오빠가 암에 걸렸다고 했다. 현재 김대춘은 일산의 한 아파트를 소유했으나, 늙고 야위었다. 심지어 장애인 딸도 있었다. 그들은 원망과 신세한탄을 했고, 김대춘은 자신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했다. 흐지부지한 상태로 집을 나와한 카페에서 오 남매는 쉬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는 대기업과 합병을 앞두고 회사는 정리해고하기 위해 직원들을 직능계발부로 보냈다. 주인공 역시 좌천 대상이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동네 유기묘를 찾아주고, 자격증 공부에 매진했다. 마지막에 투쟁하겠다는 듯이 굴뚝 위로 오르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외부에서 자신을 자리를 새로 찾는 고양이만 비로소 단련되기 시작할 것이다. 주인공도 문득 자신이 소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듯이 말이다.
총 9편의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그 어떤 하나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뒤쪽 해설을 읽고 나서야 ‘아!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라는 감탄과 놀라움만 할 뿐이었다. 작가의 문장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지금 당장 내가 이해하지 못 한다 해서 억지로 들여 보더라도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이 책을 읽어볼 때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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