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강렬한 느낌을 받으면서 정신없이 읽었다. 초반부터 한눈팔지 못할 정도로 몰입할 수 있게끔 훌륭했다. 항상 그다음이 궁금해서 쉽게 책을 덮지 못했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덮을 수 있었다.
어릴 적에 최서원의 아버지가 세령호에 있는 댐을 고의로 방류해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고 마을 사람들을 물귀신을 만들었다. 그 후에 성인이 된 서원과 승환이 7년 전 그 사건을 다시 물 위로 띄우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최현수는 새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미리 숙소를 확인하기 위해 세령에 갔다. 그곳에서 오영제의 딸은 현수의 차에 치였으나 아직 살아 있는 상태였다. 안타깝게도 현수는 그녀의 입을 막아 질식해서 죽게 되었다. 그 어린 딸을 호수에 던져버렸다. 그 시각에 승환은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몰래 호수에 잠입했다. 그는 죽은 세령이 물속에 빠진 것을 알았지만, 혹시 자신이 용의자로 의심받을까 사실을 은폐했다. 이후 최현수 - 승환 - 오영제는 용의자를 잘못 지목하면서 사건은 더 복잡해졌다.
쉽게 풀 수 없는 오해의 끈은 생각보다 쉽게 풀었다. 오영제가 자신의 딸을 죽인 자를 찾을 때도 조금씩 천천히 접근하는 것이 아찔했다. 최현수가 딸을 죽인 범인임을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최현수의 아내를 죽였고, 서원을 죽이려고 했지만, 승환이 이를 구하고 최현수는 아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희생했다. 다시 현재 시점으로 최현수가 사형집행을 당하기 전, 오영제가 최서원을 복수하기 위해 만났다. 그동안 치밀하고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히던 오영제와의 질긴 악연을 끊어냈지만 최현수는 사형을 예정대로 집행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요인물은 전부 애잔했다. 가족의 기대를 안고 좋은 직장을 다녔으나, 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 홀로 생활하는 승환, 순두부처럼 물렁한 성격으로 가정을 끝내 지키지 못한 현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혼 후에도 험난한 고생을 이어온 승환의 아내, 어린 나이에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친척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이리저리 방황하며 자란 서원,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의 학대 속에서 생활하다가 일찍 세상을 떠난 세령, 어릴 때부터 비정상적이었고 잔인한 오영제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모르는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었다.
그중에서 최현수가 가장 한심했고 미련스러웠다. 자신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아내가 독촉했기 때문이고, “세령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라는 어린 투정을 하는 모습에 짜증이 났다. 면허정지, 음주, 뺑소니, 살인은 자신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인데... 참 그 옆에서 함께 했던 아내가 참으로 불쌍했다. 겨우 대출을 끼고 마련한 집을 바로 다른 이에게 전세를 주어 2년 후에 자랑스럽게 입주할 생각에 가득했는데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자연스러웠다. 주요 인물의 관점에서 섬세한 문장을 통해 감정을 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속에 왜곡되고 감춰진 진실을 바로 잡으려는 서원과 승환의 노력과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비난의 손가락이 서원을 향하고 있을 때 그를 유일하게 보듬어주고 지켜준 승환이가 있었기에 소극적인 의미의 행복한 결말을 이뤄 낼 수 있었다. 한국에도 이런 작가를 발견해서 진짜 기뻤다. 다른 이들에게 추천해도 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책이다.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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