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만화로 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세월이 흘러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소설로 된 “로빈슨 크루소”를 골랐다. “돈키호테”에 이어 같은 기획전이었는데 알고 보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을 뒤늦게 알았다. 어쩐지 문체와 이야기 구조에 어른들이 읽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모험심이 어릴 때부터 강했다. 변호사가 되어 중산층으로 편한 삶을 살기를 구구히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렸다. 아버지가 자신의 충고를 무시한 걸 뼈저리게 반성하게 될 거다. 예전 생활로 돌아가려 해도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을 거라는 저주스런 말을 들었음에도 그는 친구와 함께 모험을 시작했다.
그의 고난은 실과 바늘처럼 함께했다. 정박해 있는 배가 폭풍우에 침몰하기도 했고, 아프리카 해적에게 붙잡혀 5년 동안 노예생활을 했다. 그리고 또다시, 배가 침몰해 무인도에 들어간 것이다. 이렇게 단편적으로만 보면 그의 삶은 안쓰러워 보이겠지만, 그의 아버지 말씀대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모험의 첫 시작을 함께한 친구, 해적에 납치되었을 때도 무어인 동료, 망망대해에 그를 구해준 선장, 외로운 섬 생활을 할 때, 큰 힘이 된 프라이 데이, 결정적으로 무인도를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선장이 있었다.
항해를 떠난 일행이 모두 죽고, 홀로 살아남아 아무것도 없는 섬에서 조금씩 천천히 자신만의 낙원을 완성하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나쁜 일을 당하더라도 그 안에는 좋은 것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나쁜 일이더라도 그보다 더 나쁜 일에 비하면 좋은 일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나쁜 생각을 접어두고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게 한 것 같다. “만약에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하는 아찔한 상상도 해봤다.
로빈슨 크루소는 과욕으로 항상 위기에 처했다. 인생의 은인이라 불리는 선장을 따라 이익을 남겨 브라질로 갔다. 그곳에서 땅을 사고 개척해서 나름의 성공을 이뤘음에도 더 큰 욕심 때문에 35년간 섬에 살게 되었다. 물론 그에게도 좋은 변화가 일어났다. “내게 결핍된 것보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 섬에 자신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연히 그들이 포로를 데리고 크루소 은신처 근처에 있었다. 포로 중 한 명을 구사일생으로 구해줬다. 그가 바로 “프라이 데이” 다. 프라이 데이는 크루소에게 모든 부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언어와 성경을 배움으로써 야만인에서 문명인이 되었다. 야만인과 문명인을 정하는 기준은 과연 누가 하는 것일까?
섬의 탈출하는 것은 정말 느닷없이 찾아왔다. 배에서 반란이 일어나 기존의 선장이 섬에 버려졌다. 크루소는 그에게 접근하여 몇 가지 조건을 걸고 계획대로 배를 차지할 수 있었다. 비가 올 때까지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확실하게 기회를 알아볼 수 있도록 크루소는 오랜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연이라는 기회가 찾아온 것으로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크루소가 된 것처럼 힘든 모험을 한 것 같았다. 그냥 가볍게 발만 담그는 격으로 조금만 읽어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있을 정도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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