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은 나에게 천천히 스며들었다. 마치 스펀지에 물을 빨아들이듯. 다 읽은 후, 확 밀려오는 여운을 간신히 조절하면서 느꼈다.
이야기는 집에서 한유진이 역한 피 냄새를 맡고 일어나면서 시작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은 상태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 내용일까?”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슬금슬금 떠오르는 지난밤의 기억에 그는 괴로워했다. 그가 바로 어머니를 죽였다.
그것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물려받은 면도칼로 어머니의 목을 그은 것이었다. 다행히 집에는 해진이가 없어서 뒷수습을 급하게 할 수 있었다. 해진은 유진의 어머니가 그의 할아버지를 차로 들이받은 후로 알게 되었다. 해진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죽은 유민과 너무 닮은 해진을 양아들로 입양하고는 계속 같은 살고 있었다.
유진은 어릴 때부터 정상적인 사람과 달랐다. 혜원은 지원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 지원은 그의 아들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부정했다. 그 부정은 유진이 유민을 절벽 밑으로 밀어내는 것을 본 후로 유진의 위험성을 확신했다. 아들과 남편이 유진 때문에 죽었지만, 그녀는 사고사로 처리하며 남은 아들을 끝까지 지켜냈다.
자매는 아들을 약으로 억누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유진은 몰래 약을 먹지 않기도 했다. 유진은 겁은 먹은 상대에 대한 쾌락을 느끼는 것을 깨닫고 새벽에 몰래 나가 그런 행동을 일삼다가 “오뎅”이라는 나쁜 기억이 있는 여성을 살해했다. 그걸 보고 충격받은 어머니는 유진과 함께 죽으려 했지만, 우발적으로 어머니만 죽었다. 유진은 어머니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수첩을 발견했다. 그동안 어머니가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그는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원망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실종이 의심하고 결국. 의사이자, 그의 이모 김혜원은 언니가 걱정되어 집에 왔다. 그 집에서 그녀도 유진에 의해 죽고 말았다. 나란히 옥상에 시신을 보관했다.
유진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가려고 했는데 해진도 유진의 수상 쩍인 것을 발견하면서 유진을 붙잡았다. 그는 유진에게 지금껏 일어난 일을 듣게 되었다. 해진은 도난과 실종 사건으로 그들의 집에 찾아온 경찰을 돌려보내 놓고 자수하러 경찰서로 가려고 했다.
가는 도중에 운전하는 해진을 제압하고 그대로 차가 바닷속으로 돌진했다. 유진은 학창시절에 뛰어난 수영선수였다. 그는 가까스로 도망갔지만, 해진은 차와 함께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유진은 목포로 도망가서 선원이 되었다. 1년 후, 그는 뉴스를 통해 그동안 일어난 일을 찾아봤다. 해진이가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했다. 그리고 도주하려고 항공권을 마련했고, 유진을 폭행하고 끌고 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고 도주 중에 자살을 결심하고 차를 바다로 몰았다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거리로 나갔는데 어디선가 발소리와 함께 피 냄새를 맡으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해진은 유진이 이 집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유진을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그리고 유진에게 2시간의 시간을 줬다. 때마침 그 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진이가 해진에게 이 모든 사건을 뒤집어 씌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찰이 있는 그 자리에서 해진에게 떠넘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살짝 빗나갔다. 유진이 계획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게 될 거라곤 예상은 못했다. 해진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주기 위해 좋은 의도로 브라질 행 항공권을 예매했는데... 아니면 이것 또한 설마 유진이 의도한 것인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이 책의 제목이 “종의 기원”인 이유는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알 수 있었다. 가족 여행에서 우발적으로 종을 치고 있는 형을 죽였다. 그가 저지른 첫 살인이었고, 자신을 싸이코 패스보다 한 단계 위인 “프레데터” 라고 스스로 인정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책장을 넘길수록 묘하게 빠져들었다. 첫 느낌의 유진과 살인마 유진의 이미지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역시 사람과 책은 첫인상으로 결정지어선 안 된다. 이 책에 대해 실망스런 부분이 많았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점을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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