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지나가다 한번은 발걸음을 멈춰서 책을 들고 훑어 봤을 것처럼 관심을 끌게 만드는 책이었다.
고로는 낡고 허름한 파친코에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유키코 아줌마의 입양 부모 찾기 노트를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했다. 우연하게 본 메모를 보면서 히로무와 함께 그 고양이를 위험한 곳에서 구출하고 주인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가도쿠라 씨는 자기 아들을 위해 차 사고가 나면서까지 고양이를 지켜준 일, 고로는 가도쿠라 씨를 처음에 부정적인 편견이 있었지만, 그가 고로에게 “너 뭐 때문에 사느냐?” 라고 질문을 한 후로 고로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 유미코 아줌마는 레미 씨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음에도 부정했다가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일, 고로와 히로무는 붉은 실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한 일은 고양이를 통해 이어져 있었다.
가도쿠라 씨는 이미 한 차례 결혼 한 첫 사랑과 재혼했다. 그녀에게는 이미 정신적으로 모자란 아들이 있지만, 가도쿠라 씨는 진심으로 아들을 사랑했다. 가도쿠라 씨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파 결국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는 것이 슬펐다.
어릴 적 고로의 아버지는 여제자 사이에 히로무가 태어났다. 어린 히로무가 고로와 같이 살다가 갑자기 고로의 어머니는 히로무를 데리고 사라졌다. 고로는 자신을 버리고 어머니와 히로무가 도망친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사실은 전부터 어머니는 몸이 허약해 병원을 집처럼 드나들 듯 다니다가 더는 고로를 자신이 키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그날 밤에 자살한 것이었다. 카도쿠라 씨와 고로의 어머니의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포근하고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어른동화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인물의 사연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퍼즐 조각처럼 딱딱 맞는 것이 억지스러웠고 그런 우연이 주인공들을 마치 기다렸다는 식으로 중요한 순간에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이 감동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연은 우연을 통해 필연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과정을 조금 현실성 있게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히로무와 고로에게 고양이는 되게 특별한 존재였다. 형제 서로 형제인 것을, 오해했던 것을 풀 수 있었고, 고로의 어머니와의 재회한 것을, 꿈이 없던 그들에게 목표라는 것이 생기게 해준 것은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들이었다.
지인 중에 고양이를 다섯 마리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 전에 “많은 고양이를 키우면 힘들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형은 이렇게 대답했다. ”힘든 것도 있다. 근데 힘든 것보다 좋은 것이 더 많고 걔들한테서 많이 배운다.“ 슬아도 비슷한 대답을 한 적이 있다. 모리에게 위로랑 고마움을 느끼었는데 나도 이제 어느 정도 그 대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12월에 끝자락 즈음에 읽을 것을 추천한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따뜻하고 감동적인 책을 읽으면 다른 때보다 훨씬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가면산장살인 사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말이다. 조금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으나, 소소한 감동과 따스함이 물씬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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