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돈키호테” 책을 읽었다. 낭만을 즐기고 모험을 찾아다니기로 알려졌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생각이 다소 바뀌었다. 부정적으로.
돈키호테는 연세가 쉰 정도 되는 중년 남성이다. 그는 기사도 소설에 심취하여 밤낮으로 읽다가 며칠씩 잠도 자지 않기도 했다. 물론 책이야 읽으면 좋은데 독서량이 증가할수록 망상이 깊어만 갔다. 그런 그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편련기사가 되기로 했다.
곧, 그는 무기 무기를 손질하고 새 투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삐쩍 마른 말을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단 하나가 부족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 여인, 둘시네아 델 토보소를 막연하게 사랑하기로 했다.
그는 큰 뜻을 안고 고향을 떠나 낯선 주막에서 가짜 기사선임을 부여받았다. 그는 마치 진짜 기사가 된 것처럼 행동하다가 무리를 이룬 나그네들을 강제로 멈춘 뒤에 아무 이유 없이 공격하다가 되레 호되게 당했다. 크게 다치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것을 고향 사람이 우연히 발견하여 안전하게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다. 돌아간 뒤 신부와 이발사에 의해 기사도 소설 100권을 불태워 버렸다. 그럼에도 돈키호테는 산초가 그의 종자가 되어 함께 고향을 떠났다.
돈키호테는 산초에게 큰 영광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큰 영광이란 넓은 영토와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주겠다는 의미였다. 돈키호테는 세 치의 혀로 그를 유혹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렇지 않게 그런 허황한 말을 한 것밖에 없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첫 상대로 풍차를 맞이했다. 풍차를 거인이라 부르며 싸우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본 산초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산초도 점점 망상에 빠지면서 돈키호테와 비슷해졌다. 세뇌가 이렇게 무섭다.
목사와 이발사는 돈키호테를 데려오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면서 모레나 산맥에서 만난 카르데니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엇갈려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는데 다행히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 결국 원하는 사랑을 이루듯 네 남녀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너무 이 책을 진지하게 읽었다. 돈키호테는 느닷없이 나타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는다.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고 피해를 주는데 그는 잘 모른다.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모습이 답답했다. 그냥 웃으면서 재밌게 읽으면 되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 조금 머쓱했다. 조금만 느슨하고 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토론할 수 있는 주제를 4가지 있는데 신중하게 생각해 볼만한 것들이었다. “격변기에 새로운 흐름에 열광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세상이 변해도 지켜야 할 가치는 있는 걸까?”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 사항은 함께 하는 것 같다.
돈키호테는 2번의 여정이 실패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모험을 준비했다. 모든 사람이 무시하고, 무모한, 허망한 생각을 할지라도 그에겐 원대하고 소중한 꿈을 간직하고 실현하려는 점은 읽는 내내 부정적으로 바라본 내 시선을 조금 완화해줬다. 조금 엉뚱하지만, 자기만의 이상, 순수한 마음, 끊임없는 도전은 돈키호테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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