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책이 나온 아주 뜨끈뜨끈했다. 흩어져 있던 단편 소설을 여기저기서 들고 와서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책에 담은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작가와 다른 이와의 대화록이 있었는데 도무지 집중도 되지 않고, 너무 뜬금없었고, 이런 대화 형식이 억지스러워 싫었다. 총 2부분이 있었는데 첫 번째 부분은 그럭저럭 억지로라도 읽어나갔는데 두 번째 부분은 읽다가 그냥 넘겨버렸다.
단편 소설은 총 7개인데,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38살인 가즈히로는 준 대기업에서 나와 자신만의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지만, 그의 상사가 은밀하게 방해했다. 그뿐만 아니라, 거액의 계약 건도 날려버린 가즈히로는 신생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직원 2명을 이끌고 회사를 그럭저럭 운영하고 전에 다니는 회사의 방해를 이겨내고 최소한의 이익을 챙겨나갔다. 그리고 전에 스카웃 제안을 했었던 유능한 계약직 직원이 자신의 회사에 입사하면서 끝이 났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가즈히로가 사장으로서 점점 변하는 내용이다.
그는 신생 회사의 사장이라 여러 부분에서 어리숙했다. 가네코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점점 그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신념 또는 생각을 바꾸게 되는데 흥미로웠다. 물론, 가네코를 본받는다기보다 적어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자신만의 신념, 가치관이 어떠한 상황에 의해서 변해야 할까? 고수해야 할까? 조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부인, 히로코가 운전하는 차에 탄 노리오가 겪은 고난을 풀어내었다. 사건은 교토 근처에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하는 사이토를 태우고 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젊은 그는 뒤 자석에 편하게 앉으면서 최소한의 예의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먹을 것을 달라, 먹고 있는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거리지 않나, 담배 피우는 노리오를 지적하지 않나, 히로코를 대놓고 몸매 평가를 하면서 호감을 드러내면서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노리오의 입장이 된 것 마냥, 기분이 불쾌했다. 히로코도 문제가 있었다.
자기 남편만 주의시키고 은근히 사이토의 말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휴게소에서 버스를 놓친 할머니를 태우고, 사고 난 차량의 아이들이 더워하자 그녀의 차에 태우고 가는데 남편과 상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야기의 절정은 도로에서 칼을 든 남자를 만남이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사이토는 히로코의 가슴을 만졌다. 끝내 참지 못하고 폭발한 노리오가 칼을 빼앗아 사이토를 혼내주려고 했다. 그 사이 경찰들이 들이닥쳐 노리오가 범인인 줄 알고 그를 둘러싸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읽는 내내 고구마를 먹다 목이 멘 것처럼 답답했다.
네 번째 이야기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빚 독촉에 시달려 도망쳐 나온 여자가 겪는 일이다. 그녀가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는 물론 자신을 숨기고 싶었고, 어린 아들과 함께 더부살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데 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도미코라는 이곳에 오래 일한 늙은 여성에게 날마다 핀잔과 구박을 듣는 교코가 안쓰러웠다. 대화 상대가 필요한 에이코는 교코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우연히 그녀는 교코가 퇴근길마다 도시락을 사서 가는 것을 발견했다. 휴일에도 그녀와 점심을 먹으려고 잠시 그녀의 집에 들렀다가 남성 속옷을 보고는 동거하는 남자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몇 달이 지나 식당에 매우 불길한 남성 2명이 찾아왔다. 에이코는 자신을 찾아 온 사람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그들은 교코를 만나러 온 형사였다.
그녀의 집에서 특별수배범을 숨겨주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어디론가 도망간 상태였다. 이제 불똥은 에이코에게 곧 찾아올 것이다. 그녀는 불법으로 건강보험증을 갖고 있어서 곧 탄로가 날 거고, 이어서 남편과 빚쟁이들이 찾아올 거로 생각했다. 남편이 갖고 있던 돈을 몰래 찾았고 금융대출을 한 상태에서 또 이곳을 도망치기 전에 돈을 훔쳐 갈 생각을 하면서 아쉽게 이야기가 끝났다.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욕심을 볼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크로아티아인의 관점에서 본 크로아티아 VS 일본의 월드컵 경기이다. 다른 단편소설보다 엄청나게 짧은 내용이라 느낌을 말하기도 참 민망하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17살의 딸을 둔 엄마의 생각이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딸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네 집에서 잘 거라고 허락을 구하는데 엄마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쉽게 간파했다. 분명히 남자친구와 하룻밤을 같이 보낼 것임이 틀림없지만, 그녀는 딸과의 관계가 악화할 것임을 걱정해서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남편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녀의 대학 친구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그녀도 딸처럼 사랑을 동경하던 시절을 떠올리는데 그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했다.
유미코는 딸이 학교 간 사이, 몰래 그녀의 방에 들어가 이것저것 훔쳐보는데 딸의 남자친구 사진, 그날에 입을 속옷 그리고 콘돔을 발견한다. 그리고 딸이 신세를 질 친구의 엄마가 전화가 왔다. 딸의 친구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미코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는데 잘 부탁한다고. 유미코는 그녀의 딸, 친구가 서로 도와줘서 따로 보낼 것임을 알아차리면서 모른 척했다. 참 엄마의 따뜻한 배려(?)를 볼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딸이 남자친구랑 함께하는 것을 용인해주고 자신은 텅 빈 집에서 와인을 마실 거라면서 이야기는 나름 행복하게 끝이 났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단편 소설이었다. 내가 훗날에 유미코와 같은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었다.
일곱 번째 이야기는 어린 마사오 이야기이다.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고 싶었는데, 어렴풋이 나도 아버지 손을 잡고 자전거를 사러 가고,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두발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엄마가 건강이 악화한 큰이모의 아이들을 챙기느라 그와 누나가 거의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만 했다. 가끔 엄마는 큰이모의 아이들과 그녀의 남매를 심심찮게 비교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끝내, 큰이모는 긴 투병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시간이 흘러, 온 가족이 외할머니댁에 모였다. 어머니는 절대로 어리광부리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고 큰이모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마사오는 게이코의 도움으로 두발자전거를 완벽하게 탔다.
그는 그녀에게 물어봤다. “누나는 누구한테 배웠어?” 이내 그녀는 대답했다, “엄마한테” 곧, 게이코를 제외한 세 명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 소설에서 어린 소년의 순수함과 의젓함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귀여운 소년을 따뜻하게 바라봤다. 특히, 밤에 누나랑 같이 목욕탕을 가는데 무서워서 누나의 손을 꼭 붙잡는 부분에서 너무 귀여웠다.
긴 장편 소설보다 다양한 짧은 소설을 읽는 것도 즐거웠다. 나도 어느덧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좋아졌다. 최근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보다 더 많이 읽는 것 같다. 잔잔하고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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