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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서재/소설

by 이정록_06 2021. 1.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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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오직 두 사람”이란 제목을 보면서 아름다운 사랑 또는 따뜻한 감동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40대 여성이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였다. 현주는 유난히 다른 남매보다 아버지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

 

 

“왜 아버지는 현주에 각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지만, 따로 그런 이유가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 대학 입학하기 전, 아버지와 단둘이서 유럽여행에서 짧게 대화를 나눴지만, 아버지가 이내 남자를 경계한 것, 주말마다 아버지와 함께한 것들,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지 못하고 흐지부지해버린 것을 보면 아마 아버지의 순수한 사랑보다는 소유, 집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잘못된 것을 알고 아버지를 멀리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몸이 편찮은 걸 알고 고민 끝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그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희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기사를 빌려 와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을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불특정한 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신선했다.

 

 

나는 “오직 두 사람” 보다 “아이를 찾습니다”가 더 뇌리에 꽂혔고 강한 인상을 느끼면서 읽었다. 제목 그대로 마트에서 부부가 잠시 한눈판 사이 아이를 사라져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집, 직업, 돈, 아내의 정신 그리고 가정의 행복까지 모조리 빼앗겨 버렸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연히 대구에서 아들로 추정되는 아이를 찾았다. 10년의 기다림이 이제 결실을 보았고 이내 다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아빠는 그렇게 힘찬 기대를 했다.

 

 

성민이 생각했던 아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에 익숙한 아이는 도무지 쓰러져가는 집에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성민은 야간근무를 하는 사이, 아들은 미라를 돌보지 않고 밖에 나갔다. 조현병 있는 엄마는 산에서 실족사했다. 친엄마의 빈소에도 찾아오지 않고 발인이 끝난 직후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성민은 학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다녀서 더는 서울에서 살 수가 없었다. 성민은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에게 조금 물려받은 창고를 고쳐 집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았다. 버섯농장을 작게 짓고 사는데 성민은 고등학교를 진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 후, 한 여자가 마을에 나타났다. 그 여자는 윤석과 함께 사라졌던 아이였다. 윤석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왔다면서 찾아온 것이었다. 돈을 받고 그녀가 사라진 후, 그의 집 앞에 버려진 갓난아기가 있었다. 윤석의 자식을 두고 그녀가 떠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성민은 사랑스러운 아들을 허무하게 잃어버린 뒤, 처절하게 찾으러 다녔다. 놀랍게도 아들을 찾았으나 비참한 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윤석은 길러주신 어머니를 그리워할 뿐, 10년 동안 고통 속에 살아온 그들을 외면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비참하게 표현한 것이 충격이었다.

 

 

“옥수수와 나”는 다른 단편 소설보다 재밌게 읽었다. 정신병원에서 자신을 옥수수라 믿는 자가 등장한다. 그는 한때 인기가 조금 있었던 소설가였다. 신작 소설을 쓰기 위해 아내의 도움을 받아 사장이 소유한 뉴욕 건물에서 머물 것을 제안했다. 자신의 아내와 사장이 연인 관계라는 것을 의심했기 때문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계약금을 받아 하루빨리 작품을 써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그 사장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작업공간을 아무 조건 없이 소설가에게 제공했다.

 

 

난해한 소설을 써서 사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로 했다. 막상 뉴욕에 왔지만, 생각한 것처럼 쉽게 글이 쓰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사장과 별거 중인 아내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본의 아니게 그녀와 한집에서 같이 지내는데 거하게 술에 취하는 바람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그 후부터 작가는 처음에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다른 소재로 소설을 순풍에 닻 단 듯이 수월하게 써내려갔다. 며칠 후, 사장이 뉴욕으로 와 그녀와 함께 있는 그를 보고 분노했다. 작가와 전 부인을 죽이려고 총을 겨눴지만, 이내 이성을 차리고 지금껏 쓴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사장은 약봉지 두 개를 꺼내 먹으라고 건네줬다. 그리고 각서를 쓰면서 만약에 살아남더라도 오늘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했다. 죽을 줄만 알았는데 눈을 뜰 수 있었다. 작가는 아마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 병원에 갇혀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그에게는 친구 두 명이 있다. 결혼했지만, 그들에게는 섹스파트너가 있었다. 그리고 서로 싫어하는 사이였다. 그중 철학과 교수인 친구와 아내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긴 사실, 사장에게 복수할 계획을 나눴는데 정작 그 사람은 태연하게 아내와 사장의 관계를 물으면서 자기를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이 부분이 반전이었고 제대로 한 방 먹은 듯했다.

 

 

“인생의 원점”에서는 첫 사랑을 결혼한 뒤에 만났다. 사랑 앞에서 어떤 것도 그들을 갈라 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서진은 이상하게 자신과 마주치는 남성의 존재가 인아 남편일 거라 생각하면서 인아를 멀리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인아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쳤다. 평소 여성의 남편은 자주 폭력을 휘둘렸고 이에 참지 못하고 남편을 골프채로 머리를 강타했다. 남편은 피를 흘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녀에게 자수하고 죗값을 치른 뒤에 결혼하자고 제안하는 사이에 남편이 일어났다. 서진과 자주 마주쳤던 사람이 남편인 줄 알았는데 그가 아니었다. 다행히 남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했다. 남편은 살았으나 자기가 사랑했던 인아는 자살했다. 서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목숨을 빼앗는 것보다 범법을 저지르는 순간에 경찰에 신고로 복수할 참이었다. 복수하러 가면서 심적으로 복잡해졌다. 복수할 용기가 사라질수록 두려움은 커졌다. 그 사이에 뭔가가 튀어나와 인아의 남편을 두들겨 팼다. 서진을 미행하던 남자가 인아의 남편을 죽일 듯이 폭행했다. 우연히 자신이 있는 병원에 남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호사에게 도움을 받아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인아는 다급한 상황에 의문의 남자를 제쳐놓고 서진에게 연락했다. 인아가 서진을 생각한 만큼 서진은 인아를 사랑하지 않았다. “힘차게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문장과 “인생의 새로운 원점”이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인간이 잔인하다고 할 때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의 장난”은 읽을수록 이상했다. 입사하기 위해 모인 네 명이 이상한 곳에 갇혀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뜬금없어서 당황했다. 단편 소설 중 가장 별로였다.

 

 

이 책의 모든 단편 소설은 분위기가 그렇게 밝진 않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나오는 칙칙한 분위기가 이곳에서도 풍겼다. 너무 극적이거나 무리한 설정보다 숨어있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과 암울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내가 유난히 관심 있게 읽은 소설 2편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이라 “역시 나만 그렇게 재밌게 읽은 게 아니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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