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소설책이라고 생각해서 펼쳐봤는데 산문이어서 살짝 당황했고,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기운이 살짝 빠졌다. 목차를 유심히 봤는데 사계절을 가을바람- 겨울 햇살- 봄비- 여름 햇빛으로 설정해놓았다. 그 이유와 책 제목을 왜 “밤 열한 시”로 했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책 끝 부분에 소제목으로 밤 열한 시가 있어서 다른 부분보다 조금 집중해서 읽었다. 보통 대학교에서는 밤 열한 시는 오후 7시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내 일에 대한 걱정과 생각을 덜 하고 부담도 없었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될 만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의 밤 열한 시는 다르다. 대학생 때보다 더 바쁘고 복잡하게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남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까이란 생각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덧없이 보냈기 때문에 남은 한 시간이라도 좀 더 뜻깊게 보내자란 각오를 하게 된다. 이 밤 열한 시를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고 생각해서 제목도 그렇게 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주로 상대방을 그리움을 최대한 절제하고 조용하게 쓴 글이 많이 있다. 헤어진 지 상당히 오래되어서 상대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은 없고, 멀리서나마 바라본다는 아련한 느낌만을 들고 있다. 목소리,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와의 소중한 추억이 생각난다는 식의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을수록 내가 조금씩 성숙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에도 산문 책을 읽는데 너무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좀 더 이런 책에 의미를 얻어가고 싶은 마음이 큰 탓에 더욱 읽기가 힘들었다.
아니면, 너무 가볍게 읽은 탓에 기억하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력한다고 하는 것이 인상적인 글귀를 수첩에 조금씩 적어보는데 나름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도 좋은 글이 있었다. “인생의 반을 변하는 것들과 싸우고, 일생의 반을 변하지 않는 것들과 싸운다. 무서운 건 습관이다.” 이 글을 보고 한동안 계속 들여다봤다. 몇 년 동안 나쁜 습관이라는 약에 중독된 듯 지금까지 고생하는 나 자신이 생각났다.
“그 사람 앞에서 더는 아름다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미련이나 자존심일 것이다. 자신의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흔치 않다.”를 읽고 내가 고수하고 있는 사랑관이랑 비슷하다.
특히, 사랑이 아닌, 정으로 어쩔 수 없이 만난다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그리고 자존심 때문에 잘못하였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것도 싫어한다.
여기까지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글이었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글도 발견했다. “네가 있는 곳에 내가 먼저 가서 이른 봄빛이 되었으면 좋겠다.”와 “그대의 향기가 내 가는 모든 곳에 느껴지듯이 내 향기가 그대의 그림자이듯 그대 가는 모든 곳에 따라가면 좋겠다.” 바로 이것이다. 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해주고 싶은 글이라 나도 모르게 글을 적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내 느낌을 적으려고 하니 훨씬 자유로워서 좋았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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