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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아몬드 / 손원평

서재/소설

by 이정록_06 2020. 4.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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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여기저기서 소개해주는 것을 본 적 있었다. 제목이 그저 그래 별 관심이 없었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봤다. 책 상태도 양호해서 읽기로 결심했다. 그 선택은 훌륭했다.

 

'감정 불능 장애'를 갖고 태어난 선윤재는 편도체의 크기가 남들보다 현저히 작았다. 그의 비범함(?)을 아는 어머니는 그가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쳤다.


그렇다고 윤재가 그 감정을 이해할 순 없다.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 말과 표정을 통해 감정을 배우길 바랄 뿐이었다. 윤재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그를 '귀여운 괴물'이라고 불렀다. 실은 어머니는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버지와 결혼했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가 죽었고, 살기 위해 할머니께 찾아갔다. 그 후로 어머니는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헌책방을 운영했다.



비록 윤재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지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윤재의 생일날은 크리스마스였다. 겸사겸사 외식을 하러 나왔다가 길 한복판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이 휘두른 망치와 칼로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도 머리를 크게 다쳐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위층에 빵집을 운영하는 심 박사가 많은 도움을 줘서 윤재는 헌책방을 열 수 있었다.


박사는 예전에 훌륭한 의사였으나, 정작 사랑하는 아내를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내가 평소에 좋아한 빵을 만들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할머니와 어머니가 끔찍한 일을 당했음에도 윤재는 멀쩡했다. 그러자 학교에서 이상한 애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윤재는 임종을 앞둔 한 여성 앞에서 아들인 척해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였다. 편안하게 눈을 감은 여성의 아들을 드디어 찾았고, 그 아이가 윤재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그것도 같은 반으로 전학 왔다.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이름은 곤이, 처음에 그는 윤재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윤재는 곤이에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곤이가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더는 그를 괴롭히지도 않는 사이가 되었다.

 

윤재는 곤이 말고도 친구 한 명이 있었다. 이름은 이도라, 윤재의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 육상 꿈나무는 윤재를 좋아해서 당연히 헌책방에 자주 드나들었다. 평온한 학교 생활을 이어가는가 싶었는데 일이 터졌다.


곤이가 수학여행에서 반 간식비를 훔쳤다. 그는 결백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억울한 그는 폭주하다가 잠적했다.


윤재는 수소문 끝에 '철사'라는 사람이 있는 곳에 곤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서 철사를 만나러 갔다가 윤재는 그의 칼에 찔렸다.


윤재가 죽으면서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극적으로 경찰이 나타났고, 구사일생으로 윤재는 살아남았다. 어머니의 건강도 회복해서 윤재를 만났다.

 

내가 원하는 전개와 끝맺음이었다. 곤이의 삶도 점점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것이 흐뭇했다. 뒤늦게 자기 아들을 찾은 아버지는 곤이의 모습에 실망하고 회피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였고, 곤이도 좋은 아들이 되겠다는 모습에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었다.


윤재도 점점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표현했다. 느리지만, 천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린 나이의 윤재가 감정 장애가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정상적인 아이였다면, 순식간에 일어난 아픔을 견뎌내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작은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었으나 끝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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