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세 소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고향에서 쫓겨나다시피 도망쳐 온 아버지는 만주로 떠났고, 어머니도 다시 아버지를 찾으러 만주로 갔다.
혼자가 된 영실은 국밥집을 하는 이모를 도우면서 지냈다. 은화는 어릴 때부터 기생집에 지냈고, 앞으로 기생이 될 운명이었다. 정인은 친일파인 아버지 덕에 넉넉하게 살았지만, 그녀만의 고충이 있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그녀들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우정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은화는 아지트에 광복군인 기호를 데리고 왔다. 일본 순사들의 감시를 피하다가 이곳까지 왔다. 그는 동지에게 전해줄 것이 있다며 작은 상자를 영실에게 건넸다.
그녀는 임무를 성공했다. 얼마 후에 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인은 그녀의 오빠인 정태와 갑자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은화도 자신이 기생이 되는 것이 싫어 몰래 집을 나왔다.
영실의 이모인 을순은 나카무라를 만나 함께 살았다. 한편, 갑작스러운 상황에 떠난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아지트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만취한 태일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만다.
그녀는 태일을 기호와 비교하면서 그를 좋게 바라보지 못했다. 을순의 지원사격으로 나카무라에게 동의를 받자, 그녀는 일본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화과 가게에서 일하면서 학교에 다녔고, 함께 일본으로 오게 된 태일이 종종 찾아오곤 했다. 은화는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자, 일본으로 떠났다.
실은 그녀는 위안부로 간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일본으로 가는 배에서 포주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의 감시 속에서 지냈다. 죽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유학을 떠난 정인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담은 편지를 자주 보냈다. 잘 지낸다고는 하나, 타국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 영실은 만주로 간 아버지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탄광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드디어 만났다.
그곳에는 이모의 여관에서 잡일을 하는 점순과 정인의 집에서 머슴 생활을 한 칠복이도 있었다. 점순이도 은화와 마찬가지로 위안부로 그곳에 와있었다. 이런 비참한 곳에서 아버지를 그대로 둘 수 없었지만, 태일이와 칠복이가 있어서 아쉬움과 안도감에 돌아갈 수 있었다.
칠복과 영실의 아버지가 있는 탄광은 군함도와 비슷했다. 비인간적이고, 비위생적이고, 비도덕적인 곳에서 군함도를 쉽게 떠올랐다.
영실의 아버지가 작업 도중에 큰 부상을 당한 뒤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결국 사망했다. 칠복은 그런 사실을 영실에게 알리지 않았다. 칠복은 정인의 아버지가 부탁하는 바람에 정태 대신에 이곳으로 왔다.
그곳에서 영실을 재회했고, 그녀에 대한 사랑이 깊어갔다. 태일은 술에 취해서 해서는 안 될 짓을 영실에게 했다. 그 일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 주위에 맴돌았다.
외과 공부를 하러 간 일본에서는 마루타 실험으로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영실이 광복군인 기호와 비교하면서 그를 꾸짖었다. 태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만주로 떠났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패전의 냄새가 짙어졌다. 기나긴 식민의 역사는 끝났다. 나카무라는 일본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한국에 남아 있는 재산을 정리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을숙은 망연자실했고, 아들을 남겨둔 채 사라졌다. 칠복은 한우와 함께 탄광에서 도망쳤으나, 한우만 붙잡혔다 칠복은 산을 넘다가 역시 도망쳐 나온 은화를 만났다.
은화를 데리고 영실이 있는 화과 가게로 갔다. 그간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은 그녀들은 칠복과 함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은화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 결국, 칠복과 영실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겨진 은화는 칠복의 동료인 한우를 만나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다. 영실은 이모가 운영하는 국밥집에 갔지만, 그녀를 반겨줄 가족이 없었다.
칠복은 그녀의 아버지가 아직 일본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영실은 칠복에게 큰 실망하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
작은 집을 구하고, 일본으로 갈 배편 삯을 구하기 위해 일했다. 영실은 일본으로 가는 배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가 이내 발각되어 바다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간신히 살아남았다. 정인은 한국에서 결혼하러 잠시 돌아왔으나, 이내 미국으로 떠났다. 영실과 은화는 잠시나마 만났지만, 슬프게도 세 여성이 함께 만나지 못한 상태로 이야기는 끝났다.
열린 결말일 수도 있으나, 뭔가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했다.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난 후, '용서는 할 수 있되, 잊지는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진심으로 진정성으로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우린 응해도 된다. 다만, 용서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늘 경계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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