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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서재

by 이정록_06 2020. 4.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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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 타관대출을 실패한 뒤로 그냥 잊고 있었다가 비로소 다시 도서를 대출해서 읽을 수 있었다. 첫 장을 펼치면 통영을 세세하게 설명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미리 소개하는 것 같았다. 사실 1장에는 본격적인 김약국집 딸들이 나오기 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어릴 적 김약국의 어머니는 자신의 팔자가 세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은 혼담의 상대자인 송욱이 나타나 봉룡이 의심을 받았다. 끝내 그녀는 비상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욱은 숙정을 보러왔다가 봉룡에게 칼을 맞아 죽고 만다. 봉룡은 봉제의 도움을 받아 고향을 영원히 떠났다. 외톨이가 된 성수를 봉제가 거뒀다. 그는 성수가 약국집을 이어가길 원했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


함께 사냥하러 갔다가 독사에게 물렸는데 독이 아닌 파상풍으로 죽었다. 어릴 때 누부라고 따르던 연순은 몸이 허약했다. 그녀는 집안의 재산을 탐내어 접근한 강택진과 결혼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되어 그녀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강택진은 부유한 과부와 재혼하고 장모 덕으로 한밑천 잡은 김에 동문 쪽에 약국을 하나 차렸다. 성수는 한실댁과 결혼하여 아들이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돌림병인 마마에 걸려 죽었다.


충격을 받은 송씨도 두 달 뒤에 죽었다. 그리고 봉룡을 모시던 지석원은 한실댁에 무당이 낳은 아이를 맡긴 뒤에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1장에서만 등장 인물이 거의 죽어버렸다. 충격적이었으나, 그만큼 몰입하게끔 했다.

 

김약국은 어렸을 적에 자신이 지낸 집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나 도깨비가 자주 드나드는 저주받은 곳이라며 사람들이 피했다.


그런 집에 다시 들어가 가정일 이뤘다. 약국이 아닌 어장을 운영하면서 넉넉한 살림을 갖췄다. 김약국과 한실댁 사이에 딸만 5명을 낳았다.


샘이 많고, 칠칠 맞은 용숙, 영민하고 똑똑한 용빈, 말괄량이고 고운 용란, 어여쁜 외모는 아니지만, 살림을 잘하는 용옥, 어리고 귀여운 용혜는 행복하고 유복하게 살 거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일찍 거둬들였다. 첫째가 과부가 되면서 한실댁의 꿈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용숙은 의원과 불륜을 저지르고, 영아 살해자로 의심 받아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세월이 지날수록 친정과 사이가 멀어졌다. 둘째는 가방끈이 제일 길었다. 기독교인이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약혼자(?) 정홍섭이 있지만, 그가 다른 여성과 결혼했다. 셋째는 머슴 한돌이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김약국이 목격했다. 그 즉시 한돌이는 통영을 떠났고, 그녀는 성불구자, 아편쟁이인 연학과 결혼했다.


넷째인 용옥은 용빈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인이었다. 김약국은 용란을 자기 어장에서 일하는 서기두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머슴과의 그 일이 이후, 혼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용옥과 기두는 서로 이해관계에 얽힌 부부가 되었다. 막내는 그냥 불쌍했다.

 

김약국은 정국주에게 논, 밭문서를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한 어선이 조난을 당해 큰 손해를 입었다. 그리고 연이은 어장에 흉어가 생겨 살림이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용숙은 돈을 벌어보고자 친정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기두가 들어주지 않아 오해의 골은 깊어졌다. 둘째 앞에 불현듯이 한돌이가 나타났다.


남편의 폭력에 지친 그녀는 한돌과 한집에서 살았다. 걱정된 마음에 한실댁이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연학이가 휘두른 도끼질에 죽고 만다. 한돌이도 죽었다. 이후로 용란은 미쳐갔다.

 

넷째는 정을 주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진 않았다. 진정과 시댁을 드나들며 살림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기두의 아버지인 서영감이 용옥을 겁탈하려 했다.


가까스로 서영감의 품에서 탈출한 그녀는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 기두에게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이미 통영으로 갔다. 다시 통영으로 가기 위해 탄 배는 바다 한복판에 침몰하여 용옥과 아기는 죽었다.

 

김약국은 한실댁을 놔두고 소청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는 딱히 소청에게 정을 주지 않았음에도 그녀를 찾았으며, 그녀의 집에서 지냈다. 그러나 김약국의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었고, 예전만 못하고 점점 쇠약해지는 김약국을 보면서 그녀는 지쳐갔다.


자연스레 그를 멀리했고, 그것을 안 김약국도 더는 소청을 찾지 않았다. 용빈과 이중구의 설득으로 점점 야위어가는 김약국을 데리고 진주 병원으로 갔다. 거기엔 중구의 첫째가 의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예상했듯 김약국은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위암 말기로 최대 4달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위궤양이라는 딸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다가 둘째와 막내를 한 번씩 보고, 마지막으로 천장을 응시하면서 눈을 감았다.

 

앞서 이중구의 자식으로 정윤과 태윤이 있었다. 그들은 사상, 가치관, 살의 방향이 상반되어 격렬하게 토론한 적이 있었다.


열정적인 태윤과 달리, 정윤은 침착하고 논리정연했다. 형의 단호한 태도를 굽히지 못하고 일본에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통영을 떠나면서 가족과의 연도 끊었다. 그는 고향에서 과부로 지내는 순자를 데리고 서울로 갔다.


용빈은 그곳에서 우연히 태윤을 만났고, 그 옆에 있는 강극과 처음 마주했다. 용빈은 강극을 관심있었다. 그들은 부산까지 동행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그들은 서울에서도 만나 독립과 혁명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강극은 용빈을 따로 만났지만, 용옥을 잃은 지 얼마 안된 상태라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용빈은 용혜와 함께 통영을 떠나 경성으로 가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책에서 나온 여성 중 용빈 만큼은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했다.


그녀는 새로운 교육을 받은 지식 여성, '신여성'이다. 반면에 용옥은 전통적인 여성을 나타냈다. 다른 이들은 그저 운명에 굴복하고 남성에게 의존했다.


용숙은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일궈내어 재물을 긁어모으는 것을 보아 탐욕적인 성격을 볼 수 있었다. '비상 먹은 자손은 지리지 않는다.' 3대에 걸친 김약국의 집안의 몰락과 좌절을 보면서 '참 이렇게도 안타까운 집안이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딱 봤을 때엔 그저 주말 드라마에 나오는 평범한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읽을수록 비극적인게 안타까웠다. 이야기 전개 과정은 빠르고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펼쳐졌다.


마지막 부분에 용빈과 용혜가 통영을 떠나면서 그들이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경성으로 떠난 용빈이 강극을 만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용혜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궁금하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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