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아무튼, 술집'이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라 지나칠 수 없었다.
작가는 '아무튼, 술'이 나왔을 때 울었다고 했다.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멋진 글을 썼다고 질투까지 했다. 그로부터 2년 후, 김혜경 작가는 아무튼 시리즈 44번째를 발표했다.
작가는 집보다 자신을 더 따스하게 맞이해준 술집을 사랑했다. 작가가 좋아하는 술집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는데 담백하고 재밌었다. 책 속에 작가의 애정 하는 술집과 만족한 술집을 소개했는데 바로 메모해뒀다. 언젠가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깐.
책을 읽는 내내 술 생각이 났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읽었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작가는 나보다 훨씬 술을 정말 좋아했다. 아니 다양한 술을 마실 줄 아는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맥주, 소주, 위스키, 칵테일을 비롯해 주종을 가리지 않고 관대하다. 작가의 애주 예찬은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술을 마셔야 살 것 같은데 술을 마시면 죽을 것 같다. 몸은 술을 한사코 거부했는데 마음은 술에게로 끊임없이 달려간다. 술은 몸이 마시는 게 아니라 마음이 마시는 거란 생각도 든다.
몸은 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분 나쁘게 답답해지는 열기도, 과도한 배부름도, 역겨운 구토감도, 토할 때 모세혈관이 다 터져 벌게지는 눈자위도, 제자리를 잃고 입으로 넘어오는 위액도, 가끔씩 빨갛게 올라오는 두드러기나 참을 수 없는 두통도, 몸은 술을 싫어한다. 끔찍하게 싫어한다.
모든 증거가 명백하다. 그럼에도 마신다. 마음이 그러자고 결정했으니까.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살다가 훅 갔다. 어디로? 또다시 병원으로..'
작가는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마시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취해버린다. 간혹 크게 다치기도 했다. 술에 취해 다리 한쪽이 다른 한쪽을 걸려 넘어져 얼굴이 다쳤다. 잠시 후, 제정신을 차렸고, 그녀는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필름이 끊겼다. 필름의 대다수가 올코올에 녹았다고 볼 수 있다.
술 마시면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지만, 항상 옆에 있는 남편이 있어 다행이다. 그녀가 술집에서 집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건 오직 남편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이 연인이 될 때, 남편은 '평생 내 술친구가 돼줄래?라고 했는데 작가는 심장이 아닌 간이 두근두근했다고 한다.
결혼하고 그들은 망원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목적은 예상했듯 괜찮은 술집이 많기 때문이다. 다양한 안주와 술이 있기도 했다. 이십대 후반의 작가가 자주 찾는 술집은 거의 망원동에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도 망원동에 살아 늘 부러웠다. 당시 경기도민이라 집으로 가는 길이 힘들었다. 망원동은 1차부터 막차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동네였다.
그렇게 그들은 술집에서 집으로, 집에서 술집으로 '아름다운 망원동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작가는 망원동에서 애정 하는 술집도 소개했다. 너랑 나랑 호프 / 망원 즉석 가락국수 / 선술집 위군 / 꼬치 주간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할 뿐이다. 이 말이 참 인상적이어서 몇 십번이나 곱씹었다. 마치 곱창을 씹을 때처럼 좋았다. 씹을수록 더 풍성해졌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기록하기'이다. 이것저것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처음엔 '책'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맥주', '맛집', '카페'로 확장해나갔다. 기록물이 쌓인 것을 보면 그냥 뿌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할 수 있도록 더 좋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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