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온점서재] 그대 눈동자에 건배 / 히가시노 게이고

서재

by 이정록_06 2020. 8. 5. 11:00

본문

728x90
반응형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밌는 책을 또 발견했다.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대부분 재미있게 읽었다. '반전'이란 장치가 소설마다 들어가 있는데 억지스럽지 않고 잘 베여있었다.

 

 

 

첫 번째 소설, <새해 첫날의 결심>은 중년 부부는 새벽부터 신사에 갔다. 신사 앞을 두고 어떤 한 남성이 길가에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쓰러진 남성은 군수였다. 이내 구급차에 실려 가고 경찰들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부부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딱히 말할 것도 없는 부부를 반복해서 물어보고 장시간 한곳에 머무르게 하자, 부부는 점차 짜증이 밀려왔다. 연초부터 공짜접대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경찰서장의 모습과 사건 진상을 파헤치는데 애먹는 경찰들에 실망스러웠다.

조금씩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동네 술집의 여성을 두고 군수와 교육장은 달리기 시합을 했다. 이 자체만으로 참 우스꽝스러운데 신사에 있는 종이 군수 머리를 강타한 것이었다. 그리곤 교육장과 신사 쪽 사람은 책임을 피하고자 알리바이를 만들었고 교육장은 부부의 등장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신사에 계속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사실 동반 자살을 하려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로 일이 꼬였다. 그들은 결국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그들은 그날에 함께한 사람들도 잘살고 있다면서 “우리 죽지 맙시다.”라는 말과 함께 삶의 의지를 다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두 번째 소설, <10년 만의 발렌타인데이>는 10년 만에 연락이 되어 만난 옛 연인은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재회했다.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네기시'는 미스터리 분야의 문학 신인상을 받고 작가로 데뷔했다. 

그 후, 그가 내놓은 신작들은 별 호응을 받지 못했고, 책을 써내려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치리코'와 행복하게 연애를 했었다. 그에게 뜬금없이 이별을 선언했다가 갑자기 나타났다. 이별한 이유와 다시 나타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더 나아가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그녀는 그의 소설을 하나도 빠짐없이 아주 자세히 알고 있었다. 한창 이야기를 읽다가 갑자기 치리코는 '후지무라 에미'를 언급했다. 그리고 조금씩 미네기시를 압박했다.

미네기시는 치리코를 만나기 전에 에미와 사귀고 있었다. 미네기시는 에미가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을 알고 몰래 그녀의 소설들을 훔쳐갔다. 막연하게 소설을 응모해서 최종 후보작에까지 올랐다.

예상보다 큰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앞으로 후환을 없애기 위해 미네기시는 에미를 자살한 것처럼 위장해 죽였다. 에미와 치리코는 둘도 없는 친구였고, 그녀가 자살이 아닌 타살일 것이라는 생각했다. 그 계기로 치리코는 경찰이 되었고 증거들을 수집했다.

 

마침내 10년 만에 범인을 앞에 두고 있었다. 타살의 징후는 없었지만, 그녀의 하드 디스크를 복원해 그녀의 소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소설이 미네기시가 낸 소설과 거의 일치했다. 미네기시는 지금껏 에미의 소설 덕분에 소설가의 영광을 누렸다.

자신이 쓴 소설들은 찬밥신세가 되었고, 그녀가 남기고 간 미완의 소설은 완성 짓지 못한 채 휴간했다. 그는 도망치려 했으나,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치리코의 동료였고, 심지어 이곳도 치리코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동료들이 미네기시를 연행한 뒤, 치리코는 초콜릿을 입에 넣으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세 번째 소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는 아내를 '지주막하출혈'로 하늘나라에 보낸 남편의 이야기다. 성인으로 훌쩍 자란 딸이 갑자기 결혼한다며 미래의 남편을 소개했다. 속마음과 달리 그들의 결혼을 마지못해 승낙하고, 상견례하는 날을 통보 받았다. '사부로'는 아직 딸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바람에 여러모로 아쉬웠다.

 

소문으로 마호의 남편이 될 집안은 지역 내에 유명한 병원을 운영했다. 상견례에서 '마호'는 남편의 고향으로 가기로 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부로는 금쪽같은 딸이 고생하는 것이 아닐까이란 걱정이 앞섰다.

그는 문득 '히나 인형'을 생각했다. 마호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해마다 히나마쓰리가 되면 인형들로 방을 꾸며줬다. 인형들의 행방이 궁금해져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드디어 찾았다.

 

옛날 사진을 도움 받아 인형들의 위치를 세웠다. 그러면서 소싯적 그의 어머니가 아내에게 유독 엄격하게 군 것들을 기억해냈다. 아내는 시집살이를 고되게 한 것을 눈으로 똑똑히 봐왔다. 어머니는 유독 마호에게만큼은 인자했다. 첫 히나마쓰리도 어머니가 챙겨주기도 했다.

 

결혼식장 후보로 선택한 호텔 중 한 곳을 마호, 사부로 그리고 사돈 부인과 함께했다. 사돈 부인은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매우 분석하면서 호텔을 평가했다. 사돈 부인의 모습에서 사부로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사부로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마호는 매우 의연했다. 그녀는 엄마도 호락호락하게 당하곤 살지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딸과 사돈부인이 떠나고 남은 그도 나가기 직전에 호텔 직원으로부터 히나마쓰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전에 그토록 찾은 '인형의 홀'이 너무 쉽게 발견했다. 그리고 아내의 숨은 의도를 이해했다. 막무가내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시어머니에게 적극 대항하지 못했지만, 현명하고 지혜롭게 거울 앞에 세우고 사진을 찍음으로써 가나코가 원하는 정식 히나 순서를 세울 수 있었다. 의도를 알게 된 사부로는 더는 딸을 걱정하지 않고 후련하게 보낼 수 있었다.

 

 

 

네 번째 소설, '그대 눈동자에 건배'이다. 경마장에 어슬렁거리는 '우치무라'는 우연히 대학 동기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소개팅 제의를 받게 되었다. 모델그룹과의 소개팅을 쉽게 거절하기 힘들었다.

모델들 사이에서 키가 작은 여성인 '모모카'와 자신의 취미인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더 나아가 그들은 이후에 데이트할 정도로 관계가 발전되었다.

 

애니메이션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그녀는 말하지 않아 우치무라는 속마음을 그녀에게 전했다. 그녀는 우치무라에게 화장을 지운 민얼굴을 보여줬다. 민낯의 그녀를 본 우치무라의 반응은 의외였다.

사실 그의 직업은 경찰이었고, 지명 수배자를 찾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에 신물이 나 있기 때문에 집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위안으로 삼곤 해왔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그녀가 바로 눈앞에 있어서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었다. 이런 전개과정이 흐를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급변하게 분위기가 바뀌는데 조금 짜릿하고 재밌었다.

 

 

 

다섯 번째 소설, '랜털 베이비'이다. 여름휴가를 맞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에리'는 아기 로봇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기로 했다. 그녀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정해진 기간 아기를 키우는 체험을 시작했다. 말이 로봇이지 사람과 똑같이 먹고 싸고 자곤 했다.

 

아기를 키우면서 그녀의 남자친구인 '아키라'와 동거를 시작했다. 에리는 막상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육아가 너무 힘들었다. 아키라는 말만 육아에 동참하지 그렇게까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모처럼 남자친구와 '진주'를 데리고 간 마트에서 잠시 진주를 잃어버렸다. 망연자실한 에리는 로봇센터로 가서 도움을 받고 간신히 아기를 찾게 되었다.

 

여름휴가가 끝이 날 무렵, 렌털기간도 종료가 되어 아기를 반납했다. 에리의 친구는 에리에게 아직도 아기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장난스럽게 타박했다.

그러고는 나이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났지만, 아무튼 에리의 나이가 70세란 말에 순간 당황했다. 이렇게 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충격과 당황 그 자체였다.

 

 

 

여섯 번째 소설, '고장 난 시계'였다. 빈둥빈둥 하루를 연명하는 어떤 이에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브로커에게 뜬금없는 의뢰가 들어왔다.

알려준 시간에 어떤 집에 들어가 '하얀 조각상'을 훔쳐오는 일이었다. 하는 일에 비해 생각보다 후한 금액을 받을 수 있어서 큰 고민 없이 하기로 했다.

 

열쇠를 들고 그 집에 들어가서 하얀 조각상을 찾다가 이 집에 자신 말고도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 찰나에 낯선 남자를 발견했다. 아마도 이 집주인인 것 같았다.

돌발적인 상황에 집주인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몸이 뒤엉킬 정도로 큰 몸싸움을 하다가 집주인이 죽었다. 죽이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사람을 죽여 놓고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흔적을 지웠다. 그리곤 하얀 조각상을 들고 급히 그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브로커에게 물건을 주고 상응하는 금액을 받았다.

 

며칠 뒤 고민 끝에 다시 범행 장소에 가서 범행 시각을 숨기려고 깨진 시계를 들고 나와 고쳤다. 그리고는 다시 제자리에 놓고 사라졌다.

그는 완벽하게 숨기려고 했으나, 경찰에게 쉽게 들키고 말았다. 사실 집주인이 차도 다니던 시계는 범행 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다. 그리고 살인자는 그 시계를 들고 시계 방에서 수리를 했다.

금은방 주인은 그 시계가 독특해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몇 달째 월세가 밀려있었는데 일정한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한꺼번에 대납한 것도 수상했다.

 

이 소설에서 그 남자는 제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살인자의 관점으로 소설이 시작되고 끝이 나 재밌었다.

 

 

 

일곱 번째 소설, '사파이어의 기적'이다. '미쿠'는 길고양이가 측은했다. 그녀는 사랑을 일으키는 기적, 곡식을 관장하는 신을 뜻하는 이름을 짓고, 정성스레 고양이를 돌봐줬다. 그녀와 고양이는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가 사라졌다. 인도 가드레일에 묶인 목걸이와 놓인 꽃을 발견했다, 실은 운전 중에 고양이를 보지 못하고 들이박은 것이었다. 이내 그 고양이를 안고 병원으로 갔으나, 살리진 못 했다. 죄책감에 그는 지속해서 꽃을 그곳에다 놓고 가곤 했던 것이다.

 

한편, 파란 털을 가진 '페르시안 고양이'가 있었다. 이 고양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귀한 고양이라 자손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보다도 이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들은 이유 없이 목숨을 잃는 징크스가 있었다.

어느 병원에서 미쿠가 보살피던 길고양이의 뇌를 페르시안 고양이에 이식했다. 페르시안 고양이는 길고양이가 갖고 있던 것들을 그대로 흡수했는지 미쿠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녀도 이 고양이가 자신이 돌본 길고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내 그들은 함께 지내기로 했다. 이후에 이 고양이는 교배에 성공했다. 물론 미쿠도 별 탈 없이 아주 잘 지냈다.

 

솔직히 이 이야기는 고양이를 주제로 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개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

 

 

 

여덟 번째 소설,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이다. 인기 각본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인기 대열에 오른 남자는 이제 그녀와 헤어지길 원했다. 이 여성 각본가와 헤어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일이 줄어들어 사라지는 옛 연인들의 행보에 걱정이 가득했다.

 

크리스마스를 둘이서 오붓하게 보내는 그 순간에 '드라고라'라는 독을 그녀에게 먹였다. 이제 그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고 영광스런 시간을 보낼 거라는 기쁜 마음을 안고 크리스마스 파티장에 들어섰다.

한참 파티가 무르익어갈 즈음에, 남자는 뒤늦게 나타난 사람을 보고 크게 경악했다. 그 사람은 바로 몇 시간 전에 독을 마신 각본가였기 때문이었다.

 

쓰러져 있는 것을 분명히 봤고 죽었다고 믿었다. 파티장에 멀쩡하게 등장한 그녀는 이내 남자를 조용한 곳으로 불러냈다. 이내 그녀는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동시에 그녀의 다음 작품에도 주인공으로 지목되었다고 말한 뒤, 조용히 사라졌다.

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남자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도 지울 수 있고, 이제 더는 그녀를 만나지 않아서 좋고, 순탄하게 작품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각본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독을 태운 술잔을 마셨고 죽었는데 다시 부활했다. 갑자기 자살했다.

이 상황들을 설명하는 부분은 없어서 내가 추론해봤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았다. 각본가는 남자가 자신에게 마음이 떠났다는 것과 자신을 독으로 죽일 것을 알고 있어서 대책을 세워둔 것이다.

 

독을 분해하는 것을 준비해놔서 마셔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태연하게 파티장에 가서 남자를 불러내어 평소처럼 대했다.

여기까지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각본가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었다. 그녀는 왜 스스로 목숨을 버렸는지 아직도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다.

 

 

 

아홉 번째 소설, '수정 염주'이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문득 느낀 것은 영화 “어바웃 타임”이 생각났다. 수정 염주를 통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하는 것과 아들과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가 되고자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 아들은 고향에 있는 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들과 아버지는 서로 이해하지 못해 갈등만 만드는 관계였다.

누나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생일에 맞춰 고향에 가기로 했다. 아들은 일본에 도착한 후 아버지와의 전화에서 심하게 싸웠다.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얼마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그 소식을 들은 아들은 미국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유언장에서 수정 염주와 취급설명서를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했다. 이 '수정 염주'는 자신의 가문이 대대로 전해지는 물건으로 평생 단 한 번 사용해서 시간을 돌릴 수 있었다.

 

실은 아들이 일본으로 돌아온 그날에 아들이 탈 기차가 사고가 날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다. 사고로 아들이 위험해 처한 것을 겪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수정 염주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 아들이 그 기차를 타지 못하게 일부러 악의적으로 아들을 대했던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고는 새 마음, 새 뜻으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꿈을 이루기로 했다.

 

이 책은 깜짝 놀랄 반전과 소소한 감동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짧은 형식임에도 긴 여운을 줄 만큼 인상적인 책이었다.

모처럼 히가시노 게이고가 흥미로운 책을 발표해서 매우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부류의 책을 많이 나왔으면 한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