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도 책과 저자를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제목을 지을 수 있을까? 라고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책 제목, 색, 글씨체가 잘 어울려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녹을 것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그 마음에 대하여‘는 죽을 것을 알면서도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책을 워낙 빠르게 읽는 편이라 간혹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앞장으로 다시 펼쳐 읽곤 한다. 이렇게 잔잔하고 느린 책을 급하게 보니까 앞에서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글자를 정확하게 읽어나가면서 흐름을 이해했다.
이 책은 작은 식당에서 나올법한 한정식처럼 정갈하고 담백했다. 화려한 수사법, 장황하게 풀어내지 않고, 글에서 풍기는 '단정한 분위기'와 '깔끔한 문체'만으로 자연스럽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글자에서 따뜻한 온기가 뿜어져 나왔다. 다만, 틈틈이 등장하는 사진은 책 내용과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넘어갔다.
하나의 주제에 “그들은”, “나는” 속에 소설과 에세이를 녹여냈다. 솔직히 이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블로그에 책을 찾아보다가 발견했다.
“사랑을 손 모아 기다리면 봄처럼 가득 피우지만, 사랑을 그냥 놓아두면 가을과 같이 시든다.”
“안 될 것 같은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 조금씩, 조금씩 안 되지 않는 찰나들이 모여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된다.”
“내 뿌리의 본질이 무엇이든 이젠 어디로 옮겨가도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는 분명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이 옳고 바른 사람일 것이다. 이건 추측이 아닌 확신 한다.
“한 사람을 순식간에 무장 해제시키고 위안을 주는 온도가 제각각이라면,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말고 단 한 사람쯤은 나만의 그 온도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온도가 있다. 극심하거나 미세한 온도차이로 사람과의 관계가 가까워 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 그 온도를 알고 있다는 것은 나에 대해 호감, 관심, 애정, 이해, 배려. 사랑,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사람과 함께 관계를 맺고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이 책의 작가처럼 생각을 더 깊게 하고 그것을 잘 정리해 글에 고스란히 남기고 싶다. 이런 책을 접하면 일시적으로나마 내적으로 뭔가 성장한 듯해서 뿌듯하고 행복하다. 동시에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이 한풀 꺾여버리는데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지금껏 써내려 왔던 내 글과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저 정도의 수준에 이르려면 꾸준히 책도 읽고, 글을 써야 할 것이다. 내가 쓰고 싶을 때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내에 규칙적으로 써야 한다.
서서히 스며드는 이 책은 왠지 바닷가 근처에 모래사장 위에 있는 편한 의자에서 몸을 기대고 바람을 느끼면서 읽어야 좋을 것 같고, 오직 빗소리만 들리는 모두가 잠든 밤에 감성적인 느낌이 충만할 때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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