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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서재

by 이정록_06 2020. 2.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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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예전에 여자 친구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왔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도 읽어보려고 했지만, 반납일자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다음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후,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마주했다.


책을 읽기 전에 하나의 습관이 생겼다. 제목만으로 어떤 책일지 유추했는데 좌충우돌한 이야기가 그려질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10번 중의 1번 맞출 정도로 적중률은 낮았다. 그래도 이것 또한 책 읽는 과정이기에 즐거웠다.

 

주인공 포포는 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선대'라고 했다. 처음 이 단어를 봤을 때, 할머니께 대필하는 법을 배우면서 존경을 표하는 것으로 알았다.


할머니는 포포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유독 엄했다. 그럴수록 포포는 점점 할머니와 멀어지게 되었고, 그 마음의 벽이 높게 세워졌다.


선대가 돌아가신 뒤, 고향(가마쿠라)에 돌아와 문구점과 ‘대필 업’을 마지못해 이어받았다. 책을 통해 여름, 가을, 겨울, 봄 순으로 가마쿠라의 계절적인 변화를 즐겁게 그려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가마쿠라의 약도 속에 가게와 신사 그리고 지명이 나와 친숙했다. 특히, 번역가가 직접 가마쿠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을 후기로 담았다.

 

소설에 나오는 마을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것이 신선했다. 벚꽃, 은행나무, 동백꽃이 활짝 핀 가마쿠라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글씨는 깨끗하다니 더럽다느니 하는 표면적인 무제가 아니라, 얼마나 마음을 담아서 쓰는가가 중요하다. 혈관에 피가 흐르듯이 필적에 그 사람의 온기나 마음이 담기면 그건 분명 상대에게 전해진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필’은 생소하다. 아무리 어색하고 서툴러도 직접 본인이 써야만 더욱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포포는 대필을 부탁하는 사람의 글씨를 실제로 그 사람이 되어야만 편지를 썼다. 의뢰를 부탁한 사람이 되어야만 펜을 붙잡았다.


목적, 성향, 내용에 따라 편지지, 펜, 우표, 편지봉투가 다르게 사용한 것은 의뢰한 사람과 편지를 받을 사람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했는지 충분히 느꼈다.

 

‘대필’하는 것이 결코 간단하거나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포포도 천천히 조금씩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책임감을 느끼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봄은 쌉쌀함, 여름은 새콤함, 가을은 매콤함, 겨울은 기름과 마음으로 먹어라.’

 

포포는 우연히 문구점에 찾은 한 외국인이 자신의 할머니와 선대는 편지를 주고받은 친구 사이임을 알게 되었다.


포포는 그가 남기고 간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자신이 생각한 선대가 아니었다. 할머니는 포포를 사랑한 만큼 엄격했다. 뒤늦게 할머니의 진심이 가득한 사랑을 비로소 느꼈다. 그동안 쌓인 오해와 서운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하늘이 펼쳐져.’

 

대필을 부탁하러 문구점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 바바라 부인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작은 마을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재밌었다.


가마쿠라의 약도 이외에도 실제로 쓴 대필들이 나와 있다. 일본어라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지만, 편지마다 다른 문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필한 편지의 종이 질감도 너무 부드럽고 특이해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은 연말에 읽으면 좋을 듯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과 설렘도 있는 반면에, 얼마 남지 않은 날에 아쉬움과 허전함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따뜻하게 마무리하면 어떨까? 천천히 스며들고 젖어드는 재미와 감동이 더욱 진한 여운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의 여운을 계속 느끼고 싶어 그다음 책을 한동안 읽기가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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