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건 다른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가 날 겁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이 재구성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책으로 만나봤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와서 처음에 조금 헤맸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몬태규의 집안'과 '캐풀럿 집안'은 서로 앙숙이었다. 그곳에서 꽤 골치 아픈 일들을 저질렀던 탓에 베로나 영주는 두 집안에게 말썽을 피운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겠다는 엄한 경고를 내렸다.
몬태규의 집안의 사람인 '로미오'는 '로잘린'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들은 그의 안타까운 짝사랑에 힘들어하는 '로미오'를 데리고 원수인 캐풀럿 집안의 작은 파티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로미오는 아름다운 '줄리엣'을 보고 거짓말처럼 반했다. 그렇게 둘은 비밀리에 사랑을 이어갔으며, 사랑이 깊어질수록 근심이 커져만 갔다.
평소 로미오 집안을 극도로 싫어하는 '티볼트'는 길 한복판에서 '로미오'와 그의 친구들을 만났다가 결국 싸움이 일어났다. '로미오'가 끝까지 중재했지만, 그들은 칼을 들고 싸우는 위험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로미오'의 친구인 '머큐쇼'가 '티볼트'의 칼에 맞아 죽고 말았다.
친구의 죽음을 본 '로미오'는 이성을 잃고 '티볼트'를 죽였다. 이 사건으로 '로미오'는 목숨은 건졌으나, 베로나에서 추방당해 만토바로 쫓겨갔다. 한편, '줄리엣'의 아버지인 '캐풀럿'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줄리엣'의 의견을 묻지 않고 '패리스 백작'과 혼인을 추진했다.
이미 '로미오'를 사랑했기에 '줄리엣'은 부모님의 바람을 져버렸다. 몰래 '로렌스 신부'를 앞세워 '로미오'와 '줄리엣'은 둘만의 결혼식을 거행했다. 이미 한 남자의 여인이 되어버린 '줄리엣'은 버틸 대로 버티지만, 완강한 부모의 바람은 더욱 버겁게 느꼈다.
'로렌스 신부'에게 도움을 청하여 '줄리엣'은 거짓 죽음으로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로미오'가 있는 곳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녀는 부모님께 '패리스 백작'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척했다. 다음 날 아침, 수면제를 마시고 깊은 잠에 빠진 '줄리엣'을 발견한 유모는 이내 그녀의 죽음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졸지에 장례식장이 되어 그녀를 추모하게 생겼다. 가족 묘지에 잠든 그녀를 묻었다가 깊은 밤에 '로렌스 신부'가 그녀를 구해낼 계획이었다. 또한, 신부는 만토바에 있는 '로미오'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리기 위해 편지를 그곳으로 보냈지만, '로미오'는 그 편지를 받아보지 못했다. 동시에 몬태규 집안의 하인이 '로미오'에게 찾아가 '줄리엣'의 죽음을 알렸다.
충격을 받은 '로미오'는 약방 영감으로부터 얻은 독약을 갖고 '줄리엣'이 잠든 캐풀럿 집안의 묘지로 갔다. 그곳에서 '로미오'와 '패리스 백작'이 만나 진검승부를 펼쳤다. '패리스 백작'이 '로미오'의 칼에 맞아 죽었다. 곧, '로미오'도 독약을 마시고 잠든 '줄리엣'의 옆에서 생을 마감했다.
'로미오'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 건네받은 '로렌스 신부'는 사태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급하게 '줄리엣'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잠에서 깬 '줄리엣'은 자기 옆에서 죽은 사람 중 '로미오'를 보고 큰 슬픔에 빠졌다. 신부는 줄리엣을 데리고 도망갈 계획이었지만, '줄리엣'은 '로미오'의 단검을 뽑아 스스로 찔렀다. '줄리엣'은 그의 몸 위로 쓰러져 죽었다.
베로나 영주, 순찰대, 백작의 하인, 로미오의 하인, 캐풀럿, 그의 부인, 몬태큐가 사건의 한 자리에 모두 모여 있었다. 신부는 그들에게 그간 일어났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 후, 양측 집안은 그간의 원한을 풀고 화목하게 지낼 것을 약속하면서 이야기는 매듭을 지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린 남녀의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사랑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끝났지만, 그들은 적어도 사랑 앞에서는 순수했고 진실했다. 그리고 용감하게 정열적인 사랑했다. 섬광같이 뜨거웠으나,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로미오'가 조금만 신중했다면 아마 이야기는 비극이 아니라 희극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그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빚어진 비극적인 결말은 정말 안타까웠다.
선남선녀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힘든 장애물, 비극적인 죽음을 풀어낸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큰 감동과 재미를 느끼진 않았다. 소설처럼 상상력을 부추기는 그러한 맛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싸우는 장면에서 자세한 설명이나 묘사하는 부분이 없고 칼로 찔렀다. 푹 쓰러졌다. 죽었다. 이런 짧게 끊어내는 것이 아직 적응을 못 한 건지 내공이 부족한 건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4대 비극을 읽었음에도 다소 희곡이 낯설었다.
인물의 심리와 상태를 표현한 대부분의 대사는 비유 또는 은유를 섞어서 적절하게 표현한 점은 가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처음엔 과장된 부분, 집중에 방해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독특한 방법이 오히려 인물들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란 한숨으로 만들어진 연기인데 정화되면 연인 눈에 반짝이는 불길이고 성질내면 사랑의 눈물을 먹고 자라는 바다야.”
[온점서재] 쇼코의 미소 / 최은영 (0) | 2020.09.12 |
---|---|
[온점서재] 안시성 1 / 배상열 (0) | 2020.09.10 |
[온점서재] 괭이부리말 아이들 / 김중미 (0) | 2020.09.09 |
[온점서재] 서른의 반격 / 손원평 (0) | 2020.09.07 |
[온점서재] 딸에 대하여 / 김혜진 (0) | 2020.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