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1편보다 2편이 확실히 긴장감이 더 떨어졌다. 1편을 읽고 난 후, 정말 2편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긴장감보다 허무함이 몰려왔다.
'당 태종'은 안시성보다 더 높은 토성을 쌓기를 장군들에게 명했다. '양만춘'은 물론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공포에 질렸다. 패배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성 안에 퍼졌다. 높이 쌓여갈수록 '이세민'의 기세는 더욱 당당해져갔다. 토성 작업을 총괄하는 장수를 크게 독려하면서 이내 성을 함락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공격 개시를 하고 수많은 병사와 전차가 토성에 올라갔다. 갑자기 토성이 우르르 갈라지면서 무너졌다. 이게 끝이었다. 그 후로 당나라는 제대로 힘 써보지 못하고 연패를 거듭하다가 자기 나라로 도망갔다. 긴장감을 한껏 모아놓고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뒤집어버리니까 실망했다.
한편, '나리'의 아버지는 활을 만드는 장인이었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고,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활을 만들고는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양만춘'은 그 활로 멀리 있는 '이세민'을 쏴서 한쪽 눈을 명중 했다.
안시성에서 물의를 계속 일으키는 '양두일'은 끝내 양만춘이 제거했다. 직위 해제당한 '양두일'은 무당과 결합하여 '양만춘'을 제거하고 성을 그대로 '당 태종'에게 바치려고 했다. 위기상황에서 '문태'는 '양만춘'을 구해내고 '양두일'과 무당을 없앴다. 그전까지 성 내부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으나, 이젠 분위기가 극적으로 반전되어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했다.
'나리'는 우연인진 모르겠으나, 무당도 되지 못한 영적인 존재가 되었다. 덕분에 성 안에 안정될 수 있었다. 안시성 외의 다른 성에서 '양만춘'이 의도한 대로 적의 보급하는 곳을 급습하는 데 성공했다. 이내 퇴각하는 '당 태종'을 괴롭히면서 전멸했다. 그들은 고구려를 대표하는 개마무사였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왜 굳이 목숨까지 바쳐야 했는지 의문스러웠다.
퇴각하는 당나라를 공격한 이들은 '연개소문'이 아니었지만, '연개소문'인 척했다. 이 계책은 '양만춘'에서 나온 것이었다. 책 속에서의 '연개소문'은 당나라와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평양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 설정한 것은 다소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여러 성에서 야차들이 안시성에 왔다가 전투 직전에 뜬금없이 고백했다. 성이 쉽게 함락이 된 것은 자신들이 성문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하고 나라에 충성을 하는 그들과는 달리, 왕과 신하들은 비겁한 행동을 일삼아서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문태'는 나머지 야차들과 격렬하게 싸우다가 갑자기 화해하면서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며 다짐하고 앞으로 닥칠 전투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남아있는 야차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문태'는 끝까지 버티다가 성문을 열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나리'는 '문태'가 죽은 줄 알고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양만춘'이 이내 저지했다. 전쟁이 끝난 후, 당나라가 남기고 간 엄청난 금은보화를 평양에 있는 왕과 신하들이 눈독을 들였다.
'양만춘'은 그들에게 상납하는 대가로 외곽 지역에서 조용히 살기로 했다. '고돌발'은 전쟁 후, 당나라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그곳에서 '문태'를 만났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문태'와 격렬하게 싸우고 그의 팔 한쪽을 잃게 하였다. '고돌발'은 '문태'를 데리고 '나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정착했다.
훗날에 '연개소문'이 '양만춘'이 있는 곳으로 방문했다.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안시성보다 더욱 윤택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길러진 야차들이 순수하게 나라에 충성하는 모습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2편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역사를 통해서 만든 내용이긴 하지만, 중간마다 긴장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표현했다. 전개가 빠르게 하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과정과 뜬금없는 상황은 아쉬웠다. 성문으로 나간 '문태'는 왜 돌아오지 못했는가? 개마무사들이 왜 죽었어야 했나? '나리'가 왜 영적인 존재가 되었는가?, 당나라에 투항한 고구려 장수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묻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또한, '연개소문'과 '설인귀'의 역할이 애매했고, 미약했다.
그나마 좋은 부분은 소설 끝이 난 후, 역사적 사실을 넣은 점이다. 수나라를 시작으로 당나라, 고구려의 상황을 세세하게 실어 놓은 것은 이 책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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