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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서재

by 이정록_06 2020. 10.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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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SNS의 페이지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플라스틱을 먹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꽤나 재밌었다. 막상 책을 읽으면서 뭔가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전개가 이어졌다.

 

 

한아는 절친인 유리와 한 공간에서 각자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객들의 나름 의미가 담겨 있는 옷들을 재탄생시키곤 했다. 한아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 경민이는 마음 가는 대로 무작정 떠났다가 뜬금없이 돌아오는 그런 사람이었다. 누가 그를 좋게 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번엔 캐나다 유성우를 본다며 일방적으로 한아에게 통보한다. 그렇게 그는 떠났는데 그곳에서 정체 모를 초자연적 상황이 발생하여 유명한 가수가 실종되었다.

 

 

그녀는 경민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녀 앞에 경민이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걱정에 비해 경민은 너무 멀쩡하게 돌아왔다. 그러나 하드웨어만 경민이지, 소프트웨어는 확연히 바뀐 것 같았다. 자신밖에 모르던 사람이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부터 의심스러웠다. 한아는 경민이 몰래 따라다니다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가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캐나다로 떠났던 경민은 우주여행을 가는 조건으로 육신을 외계인에게 줬다. 역시 그는 한아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생각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홀연히 또 떠나버렸다. 그 자리엔 2만 광년이나 떨어진 별에서 너에게 반해서 너에게 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온 외계인이 있었다.

 

 

충격을 받은 한아도 점차 이 외계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시작했다. 행복이 그녀에게 서서히 스며들고 젖어들었다. 문제가 발생했다. ‘오리지널 경민’의 등장으로 그녀를 또 놀라게 했다. 예전에 캐나다에서 실종된 가수 아폴론의 도움으로 지구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했다. 아폴론을 보러 떠난 소녀는 되레 그의 매니저가 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오랫동안 우주에서 지냈던 터라 중력이 경민의 몸은 버틸 수가 없었다. 마지막 임종을 한아는 끝까지 지켰다. 한아의 마음 한 곳에는 ‘외계인 경민’이 이곳을 떠날지도 모른다며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리지널 경민’을 고이 보낸 후에도 그들은 함께 했다.

 

 

세월이 흘러 ‘외계인 경민’은 임종을 앞둔 한아에게 오히려 기쁜 소식을 전한다. 10년 일찍 세상을 떠난 한아의 단짝 친구인 유리와 그의 남편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영원히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웃음을 짓고는 이야기는 끝났다.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한아를 위해서라면, 우주를 횡단할 만큼 전 확신이 있어요.”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외계인 따위가 이토록 로맨틱할 수가 있을까? 이렇게 예쁘고 좋은 말만 하는데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하다못해 외계인한테도 배울 점이 있다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연기한 외계인 이후로 또 한 번 감탄했다.

 

 

책은 SF 로맨틱소설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어이없을 정도로 유치하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여행을 하는 것, 우주 대스타가 된 것, 플라스틱을 먹고, 집을 고쳐서 잠수함도 만들고, 지구에 오느라 꽤 많은 빚이 생겼고 그걸 갚기 위해 외계인 대행 서비스도 하는 것이 그러했다. 반면에 난 즐겁게 읽었다.

 

 

정세랑 작가는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재밌는 소설로 만들었다. 책 곳곳에 귀여움이 뿜어져 나오는 문장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른들의 동화책이라고 불릴 정도로 풋풋한 동심을 찾은 듯하다. 이 감정이 얼마나 오래갈진 모르겠지만, 한 번 느껴봤으니, 다음에는 더 쉽게 이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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