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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해리 1 / 공지영

서재/소설

by 이정록_06 2020. 3.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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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공지영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그전부터 이 책을 알고 있었지만, 딱히 읽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도서관에 책이 있는 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책을 집었다. 가상의 도시 ‘무진’이란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한이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대장암 초기라 옆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어릴 적에 첫인상부터 좋지 않은 백진우 신부의 추행으로 쫓겨나다시피 서울로 떠났다가 고향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최별라’ 씨를 만나 억울한 사연을 듣게 된다. 자신의 딸이 백진우 신부 때문에 자살했다고 했다. 그 분노로 백 신부의 통장 내역을 파헤쳤다. 불법이라 증거 제출하기 힘들었다.


지나치게 많은 통장의 수, 그 통장에서 눈에 띄는 여성 3명, 이 이득을 이해리가 누리고 있는 점으로 봐선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이해리는 사고로 장애인 남편을 잃었고, 7개월에 그의 아이를 낳아 장애인 복지 사업을 한 시아버지를 봉양했다. 시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자, 그 사업을 자신이 이어서 해오고 있었다.


백진우 신부도 이 지역에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서울에서 기자생활을 한 ‘이나’는 그녀를 돕기 시작하면서 백진우 신부와 그의 옆에 있는 어릴 적에 친구로 지낸 이해리의 관계가 수상쩍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해리는 타이거스 클럽 총재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여론과 판결은 홀로 세 자녀를 키우며 장애인 복지에 힘쓰는 여성의 편에 있었다.


‘이나’는 상사의 도움으로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서유진과 함께 이들의 실상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정성일 씨는 백진우 신부와 이해리에게 밉보인 대가로 가정, 사업, 집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로부터 이해리는 봉침을 들고 다닌다는 것과 둘이 술에 취해 함께 뒹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엔젤스윙’이란 이해리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센터 앞에 한 여성을 보게 되었다. 채수연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원래 자신이 운영하는 곳이었다고 했다.

어느 날, 이해리가 나타나 자신의 남편을 유혹하고, 심지어 세금 포탈과 장애인 시설비리 신고로 그녀는 1년 6개월 징역을 살다 나왔다.


이미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건물은 이해리의 소유가 되었다. 그녀도 역시 모든 것을 잃었다. 한편, ‘이나’는 이해리의 전남편 누이를 만났다.


이때도 이해리가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의 동생을 유혹해 다짜고짜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생활이 그닥 행복해하지 않는 동생의 모습에서 이해리는 동생이 아닌, 다른 이의 임신했을 거라고 했다.


교통사고 당시에 동생은 수면제를 먹었다는 점, 동생만 안전띠를 하지 않았다는 점, 보조석 쪽으로 큰 충돌을 했다는 점이 의심스러웠다.

 

이후 시아버지 집에 들어가 살았으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가 저혈당 쇼크로 죽었을 때, 약과 곳곳에 넣어뒀던 당과류가 없었다는 점, 죽기 직전 그녀는 해외 여행을 떠났다는 점도 가볍게 넘겨 갈 수 없었다.


소망원에서 몇 년 사이 엄청난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자, 무진 교구에서는 꼬리 자르기 식으로 백진우 신부를 면직 처분을 내렸다.


또, ‘이나’의 어머니는 어릴 적 그녀가 신부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포함한 모든 사실을 알게 되어 SNS에 비난하는 글을 썼다.

 

백 신부는 역이용하여 ‘이나’, 그녀의 어머니 외 몇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는 ‘이나’ 어머니가 무진에서 지역유지와 무진교구와 각별한 사이인 것을 집어내 자신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호소했다.


‘이나’는 비록 고소를 당했지만, 조금씩 백 신부와 이해리의 검은 실체를 물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얻었다.


길에서 우연히 그녀의 지인인 김남우를 만났다. 백 신부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미 그는 백 신부를 옹호하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어릴 때 따스하게 그녀를 위로해주는 사람이었는데... 1편은 이렇게 끝났다.


2편에 어떤 전개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책 끝 무렵에 이해리가 임신했다. 신장과 자궁을 덜어냈기에 더는 임신할 수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정자를 기증받았는데 시각 장애인의 것이라고 했다. 문득 앞서 차수연의 남편이 떠올랐다.


그 역시 갈수록 시력이 떨어져 일상생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작년에 OCN에서 본 ‘구해줘’를 떠올랐다.


작은 지역 안에 타락한 종교가 장악해 신자들의 억압하고 갈취하는 불법적인 행위, 그것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비슷했다.


자신의 실체 모습을 감추고 만들어 낸 이미지를 통해 추악한 짓을 일삼는 것이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운지 느낄 수 있었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거나 맹목적으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또 다짐했다.


저지른 악행이 지속하고 반복하면, 결국엔 ‘언젠가는’ (추상적이고 안일한 단어임이 틀림없다.)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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