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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그래도 괜찮은 오늘이어서 / 이채빈

서재/에세이

by 이정록_06 2020. 10.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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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눈에 띈 사람이 쓴 책을 읽었다. 이런 사람을 흔히 ‘여행 인플루엔서’라고 하는데 이것 말고는 다른 말로 설명하기가 모호했다. 처음에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블로그에서 인도네시아의 높은 산에 올라간 여행기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담아 놓은 사진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예전에 다른 여행 에세이를 읽다가 끝내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 작가와 지금 쓰고 있는 작가와는 친한 듯 보였다, 그래서 살짝 불안했다. 이번에도 읽다가 마지못해 책을 덮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가식이 넘쳐나고 자신의 경험을 과대 포장한 거북한 에세이가 아니었다.

 

 

뻔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써내려가 지루하지 않고 그저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책은 오사카, 발리, 치앙마이에서 한 달씩 생활하면서 그때 일어난 이야기와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했다. 확실히 작가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포장하거나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술술 써내려갔다.

 

 

다만, 글의 제목을 특별하게 보이고 싶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알기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한 것은 살짝 의아했다. 우리말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덕분에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봤다. ‘on ne sait jamais’는 ‘어차피 그리고 솔직히 인생은 아무도 모릅니다‘ 뜻을 갖고 있다.

 

 

낯선 나라, 낯선 지역에서 ‘여행을 일상처럼’을 실천했다. 호텔, 게스트 하우스가 아닌 현지 집을 임차해서 자신만의 속도로 새로운 도시에 차차 적응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자신이 머물었던 곳을 사진으로 잘 담아냈다. 마치 그녀의 시선에서 보는 듯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이 있었다. 유치원 가방을 메고 있는 어린이들, 오사카에 여행 가면 무조건 찍는 ‘글리코상’, 오직 인사만 건네는 옆집 문이 그랬다. 발리는 예쁜 바다를 담은 사진들이 많았다. 다른 곳에 비해 발리는 현실적인 부분에 가로막혀 밀려나다시피 나와 아쉬웠다. 그럼에도 사진 속의 발리는 아주 아름다운 도시였다.

 

 

세 도시 중 치앙마이에서의 생활이 가장 재밌었다. 혼자일 때도, 다른 일행과 함께 있을 때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사진 속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해맑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 역시 치앙마이에서 최소 일주일 정도 지내고 싶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아닌 따뜻한 햇볕에 눈을 비비며 스르륵 일어난다. 베개와 이불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에 가볍지만,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한다. 펜과 노트 그리고 노트북을 챙겨 단골 카페에 들어선다. 오후에 산책하러 공원에 갔다가 풀밭에 드러누워 낮잠을 잔다. 저녁에 친구와 함께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 들어온 다음, 씻고 침대에 내 인생 영화를 보면서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킨다.

 

 

특별하거나 대단한 이야기는 없다. 평범한데 여유가 넘치고 평온함이 가득하다. 그저 부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여리 여리 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나, 실제론 선택과 결정에서 과감하고 담대했다. 게다가 타국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추진해나가는 자신감과 용기는 정말 멋졌다.

 

 

‘71억 명이 살아가는 지구에는 71억 가지의 삶이 있지만 어떤 삶이 잘 살아가는 삶이라는 정답은 없다. 그저 원하는 길을 좇으며 삶이 주는 모든 감정을 진득하게 느낄 것. 그게 학자의 삶이든, 작가의 삶이든, 회사원의, 연예인의, 선생님의, 학생의. 백수의 삶이든’

 

 

이 책을 읽은 후, 다시 ‘글쓰기’ 욕구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가 있을까?’라며 감탄하는 동시에 위축해질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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