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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김멋지, 위선임

서재

by 이정록_06 2020. 11.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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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고른 다음, 편한 마음으로 둘러보다가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다. 전에 한참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인기 영상의 주인공들이 글로 담아 책으로 나왔다. 그 앞에서 읽을까 말까 짧게 고민하다가 다 읽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들고 가고 싶었다.

 

 

고민한 이유는 지금까지 읽었던 여행 에세이 중에 실망한 적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뻔한 전개, 여행 중에 식상한 이야기, 여행 다녀온 후, 자신의 모습은 마치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큰 깨우침을 얻은 것 마냥 구구절절한 당연한 말들이 낡아 도중에 책을 덮은 적이 너무 많았다. 하나, 이 책은 나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반증해줬다. 두 여성의 필력은 너무 뛰어났다. 비유와 설명을 신선하고 재밌게 표현해서 즐겁게 읽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어머니를 부양한 위선임은 직장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건강에 적신호까지 오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대학생 때 함께 여행하면서 너무 죽이 잘 맞았던 김멋지가 여행 동반자가 되어 2년 동안 전 세계를 둘러보면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들이 여행한 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해 최대한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 두 명의 관점에서 각 도시에서 생긴 사건, 감정, 느낌들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써 내려간 것이 아주 담백했다. 간혹 센스와 위트가 톡톡 튀어나오는 글에 감탄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난 틀 안에서 머리를 쥐어짜네 간혹 기적적으로 나오는 단어로 글을 완성한다면, 이들은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분방하지만, 글 속에 강한 힘을 느꼈다.

 

 

이들의 여행은 예측할 수 없고,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장기 여행을 앞두고 전날에 비로소 짐을 챙겼다. 계획보다 즉흥이 더 어울렸기에 고생과 고난이 함께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즐거웠지만, 그때 당시의 그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첫 순간부터 위기였다.

 

 

유럽에 나올 때 티켓을 예매하지 않아 이륙 5분을 남기고 간신히 비행기에 탑승했고, 태국 꼬따오로 가는 도로 위에서 결박을 당한 듯 몇 시간 째 묶여있기도 했다. 호주에서 워킹 비자를 발급받아 딸기 농장에서 일했고, 여권을 잃어버려 새로 만드느라 9일 정도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맹장이 터져 인도의 병원에서 수술하기도 했다.

 

 

이들은 뻔한 여행을 하지 않아 더 매력적이었다. 첫 여행지였던 ‘마드리드’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아르헨티나의 ‘페리토모레노’ 빙하를 보러가서 위스키가 들어간 잔에 빙하를 넣어 마시기도 했고, 태국 ‘꼬타오’에서 나이트다이빙을 했고, 인도의 ‘레’에서 우클렐레로 아리랑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

 

 

짐바브웨’에서는 111m 번지점프도 당당하게 했고, 브라질 ‘보니투’에서 ‘히우다프라타’와 ‘히우수쿠리’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숙소와 옷을 고를 때, 돈 한 푼 아끼기 위해 꼼꼼히 알아보는 반면에, 음식과 술 그리고 체험 프로그램을 선택할 땐 화끈하게 돈 쓰는 모습이 가장 멋있었다.

 

 

여행가기로 결심하고 출발하기 직전의 기간은 여행 루트를 비롯한 계획을 세우면서 설렘과 즐거움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서서히 두려움과 긴장이 스며들어 여행 당일 때에 ‘과연 내가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그때의 심정은 참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이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보기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그녀들의 삶은 크게 변화했다. 이후 그들의 행보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이들은 이미 JTBC 작가로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게서 배운 게 있다. 할까, 말까 고민할 때, 그냥 밀고 나가. 고민보다 결정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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