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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마스다 마리

서재/에세이

by 이정록_06 2020. 11.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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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로 기나긴 대출 불가 기간이 끝났다. 미세먼지가 있는 토요일 오후에 모처럼 도서관에 갔다. 무슨 책을 읽을지 몰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결국 마스다 미리 책 판매대에서 멈췄다. 이번에도 만화보다 글이 많은 책을 골랐다. 이 책을 여기서 다 읽고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1시간이 조금 넘게 왼독했다.

 

 

‘뭉클하면 안 되나요’처럼 이 책 또한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작가가 일상에서 ‘화’를 느낀 것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읽는 내내 공감하기도, ‘만약에 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했다. 작가가 어렸을 때, 새끼 길고양이를 데리고 가족이 되었다. 서로 자기 무릎에 앉히기 위해 실랑이를 버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가족 모두가 목욕탕을 다녀온 뒤에 새끼 고양이가 사라졌다. ‘어떻게 집을 빠져나갔을까?’라고 생각하다 냉장고 구석에서 몸이 끼여 죽은 것을 발견했다. 냉장고 위에서 놀다가 발이 빠져 밑에 떨어졌는데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추운 겨울날에 땅을 파내 고양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묻어줬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 작가는 이내 그리워 다시 그곳에 찾아갔다. 짓궂은 아이들의 장난으로 묻혀 있어야 관은 열려있고 심지어 발까지 보였다.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장난을 친 아이들을 신랄하게 저주를 퍼붓는 걸로 화를 눌러야 했다.

 

 

미스다 미리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점점 생각에 잠기곤 한다. 분명히 집중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다른 쪽으로 빠진다. 작가와 교감을 나누기 위해 책에서 눈을 떼어 내 마음을 들여 다 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나는 어떤 경우에 화가 나는가?’를 나에게 물어봤다.

 

 

최근에 ‘화’를 낼 뻔한 적이 있었다.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 경기 시작 전에 도착해 내 좌석을 확인했다.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심 내가 지나갈 수 있도록 그들이 살짝 움직여주길 바랐다. 내가 그들을 지나 들어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결국, 밑으로 내려가서 위로 올라오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옆에 덩치가 매우 큰 남성이 있었다. 내 자리까지 넘어올 정도였으니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들고 온 유니폼을 입으려다가 그를 살짝 쳤다.. 그러자 그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뭐고 이거?’라고 했다.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한마디 하려 했지만, 더는 기분을 망치기 싫어서 또 참았다. 다행히 후반전에 남성이 자리를 옮겼다.

 

 

이외에 다른 사람의 배려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렇지 않게 남에게 피해를 주며 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내로남불’인 사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 걸어 다니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 이간질하는 사람에게서 화를 낼 때가 있다. 물론, 그때마다 즉각 화를 내진 않는다. 작가처럼 아니 못할 때가 많다. 속으로 화를 내곤 겉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현명하게 화를 내고 싶지만, 일단 화가 나면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면 이성적일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화나게 한 사람보다 화를 낸 사람을 이상한 시선으로 볼 때가 있다. 최대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서라도 좋지만, 화를 꾸역꾸역 참아내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화가 나면 그 이유를 상대에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짧은 글이 끝나면 옆 장에 4컷 정도의 그림이 나온다. 마음속으로 소심하지만, 찰지게 욕하는 작가가 은근히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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