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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소설 마시는 시간 / 정인성

서재

by 이정록_06 2020. 11.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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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시는 시간”의 저자는 책바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이보다 훨씬 책과 술을 가까이 두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술에 흥미와 관심을 둘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소설과 술을 소재로 탄생한 이 책이 궁금했다.

 

 

먼저, 목차를 훑어봤다. 혹시나 내가 알고 있는 책이 나오지 않을까? 소설 18편 중 읽은 건 단지 3편밖에 없었다.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전부였다. 소설과 어울리는 술은 순서대로 그로그, 부나하벤, 압생트가 있었다.

 

 

솔직히 어떤 술인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로그는 뜨겁게 마시는 칵테일로, 럼과 물이 섞인 나무통에 비타민 C가 풍부한 레몬과 라임을 넣었다. 버논 장군이 즐겨 입던 그러그럼 망토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따뜻한 물에 럼을 넣고 레몬, 꿀, 계피, 팔각을 넣어 마신다. 부나하벤은 스코틀랜드의 싱클몰트 위스키이다.

 

 

색상 대신 향과 맛을 온전하게 보존했다. 약간의 물을 더하면 마치 희뿌연 안개처럼 보이지만, 풍미를 더 즐길 수 있다. 압생트의 원재료는 향쑥, 아니스, 회향이 있다. 다소 호불호가 강한 아니스는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진 향료이다. 피카소, 반고흐, 오스카 와일드, 툴루즈 로트렉,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 전통적인 프렌치 스타일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압생트가 채워진 잔에 구멍이 총총히 뚫린 숟가락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는다. 차가운 물을 천천히 고루 붓는다.

 

 

이 책을 접한 뒤에 읽은 ‘한국이 싫어서’는 버드와이저를 소개했는데 이 맥주는 마셔본 적이 있어서 그냥 가볍게 넘기겠다. 아직 책은 읽지 않았지만, 영화로 봤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헨드릭스 진 토닉이 나왔다. 브랜드의 진과 토닉 워터가 더해진 것으로 건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읽진 못했지만, 책장에 오랫동안 대기 중인 상실의 시대와 캐롤도 있었다.

 

 

각각 보드카 토닉과 올드패션드가 소개되었다. 보드카 토닉은 보드카와 토닉 워터가 더해진 하이볼 형태의 칵테일이다.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고 도수가 그리 높지 않다. 올드패션드는 오렌지, 레몬 같은 상큼한 과일을 가니쉬로 사용하나, 기본으로 도수가 높고 무거운 위스키라 중후한 남성의 이미지의 칵테일이다.

 

 

이외에 1Q84 * 커티삭 하이볼/ 위대한 개츠비 * 진 리키 & 민트 쥴렙/ 우리는 사랑일까 ? 피나콜라다/ 롤리타 * 진 & 파인애플/ 백년의 고독 * 아구아르디엔테/ 무기여 잘 있어라 * 그라파/ 기나긴 이별 * 김렛/ 호밀밭의 파수꾼 * 드라이 마티니/ 개선문 ? 칼바도스/ 하이 피델리티 * 드람부이가 소개되었다.

 

 

작가는 책에 어울리는 술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한 술을 찾아낸 것이 전부였다. 소설에 관한 내용보다 술에 관한 소개가 더 많았다. 작가는 책보다 술에 더 해박한 지식을 가진 듯했다. 물놀이하긴 하는데 살짝 발만 담근 느낌이랄까? 즐거운 마음으로 놀긴 노는데 뭔가 애매해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느낀 것은 책을 읽을 때 어울리는 술은 맥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릇 맥주는 김이 빠지기 전에 시원하게 마셔야 하는 데 집중과 몰입하다 보면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동시에 맥주와 책을 둘 다 잡기엔 힘들었다. 이 책에서도 맥주보다 칵테일, 위스키 같은 술이 더 소개한 것으로 보아 내가 생각한 것이 얼추 맞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앞으로 접하는 소설 속에 나오는 술을 그냥 가볍게 넘겨버리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나온 소설과 술을 음미해보는 시간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매력적인 책 제목과 겉표지만큼 아니었지만, 나름 많은 책과 술을 접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앞으로 더 책을 열심히 읽겠다는 의지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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