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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항구 마을 식당 / 오쿠다 히데오

서재/에세이

by 이정록_06 2021. 2.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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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 줄 알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작가의 여행기였다. 출판사 직원의 꾐에 빠져 1년 동안 한국 부산을 비롯한 일본의 아름다운 항구 마을을 여행하면서 생긴 이야기를 듬뿍 담아 놓은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게으른 작가가 편집자들에 떠밀려 정해진 코스대로 수동적인 여행임에도 즐거웠고 부러웠다. 책의 첫 부분에는 그가 다녀온 지역을 지도에 표시해놔 쉽게 알 수 있었다. 지도를 딱 보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훗카이도 최북단에서 오키나와 최남단까지 고르게 다녀왔다. 그 덕분에 일본의 지리와 지역을 보다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여행의 특징은 배를 타는 것이었다. 길게는 배에서 하룻밤을 잘 정도로 여행의 절반은 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그는 6번의 여행 중 일등석에 딱 한 번 있어봤다며 불평하고 투덜거리는데 되게 귀여웠다. 그리고 자신보다 동행 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맥주를 마시기 싫었지만, 자신이 마셔야 할 것 같아 자발적으로 맥주를 마시는데 한편으로는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내 모습과 비슷했다.

 

 

이 책에서 여행을 즐기는 모습과 나의 모습은 다른 것이 있었다. 국내여행은 물론, 외국여행을 떠나면서 이런 생각이 가득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이왕 온 김에 두루두루 둘러보자. 피곤함은 잠시일 뿐.”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눈으로 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데렝파렝” 이 여행 강박증이 너무 강한 나를 일깨웠다.

 

 

솔직히 이 책을 이 단어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특별한 경험과 낭만도 좋지만, 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을 먼저 느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배를 타고 항구에 내려 그 지역의 특산물을 먹고, 지역마다 찾아간 스낵바에서 즐거워하는 게 읽는 나에게는 다소 지루했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할 거란 생각에 문득 나도 어디론가 여행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이 책에서 음식의 소개도 다양했다. 특히 고래의 지저귐이라는 음식이 아주 궁금했다. 그리고 바닷냄새가 담긴 해산물이 자주 나왔는데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여행은 바로 나와 같은 사람에게 필요하다. 비비 꼬인 마음을 풀어주고 원래 성격까지 잊게 해준다.” 원래 성격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맛에 우리가 여행하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사람을 감상적이게 한다. 자칫하면 그런 감상은 자기본위적인 사고가 되어 무책임한 착각을 일으킨다. 일방적으로 찾아와 놓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뻔뻔한 행위이다. 주민에게는 그들의 일상이 있고 그곳에 여행자가 낄 여지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차이를 자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억지스럽고 당연한 만남보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하는 히데오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도 읽어봤는데 마찬가지로 이 책도 소설만큼 그렇게 재밌게 읽지는 못했다. 소설에서 익살스러운 문체가 더 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소설과 달리, 특유의 여행 분위기가 모처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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