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처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 최근에 나온 책을 읽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중세 유럽을 배경인 것 같았는데 배경은 도쿄였다.
이 책의 주인공의 직업은 평범한 화가였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했는데 꽃이 피기도 전에 저물어버린 어린 여동생의 죽음을 본 후 폐쇄 공포증이 생겼다.
여동생이 죽은 뒤에 집안도 어려워졌고 아버지와의 진학 갈등문제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다. 아내의 부모님은 그의 불안한 미래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 했다. 겨우 결혼에 성공했지만, 6년 후에 안타깝게도 남자가 생긴 아내의 일방적인 이혼통보로 집을 나오게 되었다.
그는 한동안 훗카이도 지역을 정처없이 여행하면서 앞으로 뭘 할지를 생각했다. 대학동기인 친구의 도움으로 조용한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 할 수 있었다. 그가 이제 머물게 될 곳은 일본에서 유명한 화가인 아마다 도모히코의 집이었다. 화가의 집치곤 그림이 너무 없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우연히 발견을 하고 묘하게 빠져들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근처에 성인과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쳤고 자신이 가르치던 유부녀 2명과 가벼운 만남을 가졌다. 여전히 빨간 미니를 타고 다니는 여자와는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외로움을 견뎌 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에이전트로부터 초상화 의뢰가 들어왔다. 이제 더는 초상화를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엄청난 보수를 제시하는 바람에 승낙했다.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한 남자는 멘시키였다. 주인공이 종종 베란다에 나가 산 너머 멋진 건물을 보곤 했는데 그 집에 사는 남자였다.
많은 재산, 백발, 멋진 자동차, 멋진 매너를 갖춘 멘시키는 자신을 그려주는 주인공에서 말 못할 비밀을 털어놓았다. 주인공도 이틀 연속 집 밖에서 특정한 시간에 일정하게 들리는 방울소리를 멘시키에게 이야기했다. 멘시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문제의 장소를 파냈고 그곳에 작은 방울을 발견했다.
주인공은 그것을 집 안으로 갖고 오면서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어느 날, 갑자기 집 안에서 방울 소리가 들렸고 거실에 작은 물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그림에서 본 기사단장이었다. 자신을 이데아라고 소개하면서 주인공 눈에만 보였다.
틈틈이 “기사단장 죽이기”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아마다 도모히코의 과거를 들여봤다. 아마다는 서양화를 배우기 위해 빈으로 유학갔다가 일본으로 돌아온 후로부터 일본화를 그려나간 특이한 점을 알아냈다. 그리고 멘시키가 알아 낸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조금씩 그림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훗카이도로 여행을 갔을 때, 식사하는 도중에 낯선 여자가 자신의 테이블에 와서 아무렇지 않게 대화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 식당에는 낡은 검은색 가죽점퍼를 입고 골프모자를 쓴 남자와 눈을 마주쳤는데 자신을 향한 눈빛이 매우 날카로웠다.
그날 밤,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난 주인공은 방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 날에도 어제 그 식당에 갔는데 자신을 여전히 날카롭게 보고 있는 남자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아마 그 남자와 낯선 여자와 무슨 관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무언가에 홀린 듯 집중해서 그린 그림은 바로 그 식당의 남자였다. 미라의 모습으로 그려놓고 다시 색을 칠하려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림이 거부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그림을 잘 안 보이는 곳에 따로 보관해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지금껏 해온 자신의 방법보다 다르게 멘시키의 초상화를 완성했다. 멘시키는 대단히 흡족해하며 주인공을 자신의 집에 초대를 했다. 멘시키의 집에서 성대한 저녁식사를 하면서 멘시키는 주인공에게 또 다른 부탁을 청했다.
멘시키는 독신이었지만, 과거에 잠시 만났던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가 낳은 딸이 그의 자식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이 집도 딸이 가까이 보기 위해서 구입한 것이었다. 멘시키는 딸의 초상화를 그려줄 것을 청했다.
주인공은 기사단장의 충고로 선뜩 청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끝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멘시키의 딸인 마리에는 어머니의 불운의 사고로 여의고 아버지와 고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는 주인공의 미술교실에서 가르치는 학생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만남부터 마리에는 주인공과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낼 수 있었다.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갔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조금씩 넘나드는데 점점 주인공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주인공은 이혼을 결심한 아내를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마리에와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아내와 6년의 결혼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꿈을 꾸는데 그가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가 되어있었다. 다음날 아내를 추궁하는 과정에 아내를 살해하면서 꿈에서 깨어났는데 뭔가 숨겨진 내용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점 서재] 기발한 자살 여행 / 아르토 파실린나 (0) | 2021.03.24 |
---|---|
[온점 서재] 기사단장 죽이기 2 / 무라카미 하루키 (0) | 2021.03.23 |
[온점 서재] 고양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 / 핫토리 유키 (0) | 2021.03.21 |
[온점 서재] 도가니 / 공지영 (0) | 2021.03.20 |
[온점 서재] 메트로 2033 / 드리트리 글루코프스키 (0) | 2021.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