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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공터에서 / 김훈

서재

by 이정록_06 2020. 4.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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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다가 '국내 소설' 쪽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오랫동안 읽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대출했다.


'김훈' 작가의 책 중에 '칼의 노래'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더욱 작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아직 '남한산성'은 여전히 책장에서 항상 대기 중이지만,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마동수'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어서 그는 연혁을 짧게 소개하길래 이 사람이 주인공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둘째 아들인 '마차세'가 중심인물이었다.


마동수는 일제 강점기 때, 길림에서 자리 잡은 형의 권유로 그도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했다. 결코, 그는 형의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학업을 더는 이어가지 못하고 중국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중국에서 만난 하춘파의 도움으로 간신히 지내다 조국 광복과 동시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고향은 어머니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 이곳도 낯선 곳이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그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이도순을 만났다. 그녀는 이미 결혼하여 신랑과 딸이 있었지만, 흥남부두에서 헤어졌다. 그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마동수와 이도순은 축사를 고친 곳에서 '마장세'와 '마차세'를 낳았다. 이도순은 마차세를 임신했을 때, 한 번 낙태하려고 산부인과에 찾아갔다. 그러나 의사를 만나지 못해 낙태를 포기했다.


이후, 치매에 걸린 그녀는 둘째를 볼 때마다 낙태와 관련된 말을 서슴없이 내뱉곤 했다. 부모님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집을 수시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아버지에게 무슨 정이 생길 수 있을까?


아무 말 없이 이사를 하더라도, 어떻게든 기어코 찾아오는 무뚝뚝한 아버지로부터 어떤 마음이 생길까?

 

마장세는 베트남 파병을 갔다. 작전 수행 중, 적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은 동료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남은 이들이 살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을 은폐하고 그는 진지를 점령하는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았다. 얼마 후, 그는 전역하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지방정부와 계약하고 자신이 들여온 차들이 폐차하고 처리하는 사업을 했다. 다시 마차세로 이야기로 넘어가 그가 상병일 때, 특별 휴가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박상희를 만나러 간 사이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죄책감도 없었다. 형은 한국으로 돌아오기엔 너무 먼 섬으로 출장 간 상태였다. 이후 군대 전역 후, 대학을 중퇴하고 그는 기자가 되었다. 예상했듯 박상희와 결혼했다.


생활을 물적 토대 위에 세우기가 힘들었다. 전두환 군부세력이 정권을 잡아 언론사의 규모를 축소했다.


말단직원인 마차세부터 해고가 되었다. 재취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마침내 취업한 곳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업체였다.

 

마장세가 베트남에서 죽인 김정팔의 형인 김오팔은 고철사업에 크게 성공했다. 마장세는 남태평양 여러 섬에 방치된 자동차 잔해의 사업적 가치를 분석하는 도중 국내 시장에서 거래처를 확보하고자 했다.


동업자 협회에서 그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평화 국립묘지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오팔을 통해 마장세는 오장춘이란 사람을 소개받았다. 오장춘은 군대에 있을 때, 마차세와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한 번 군용 연료를 횡령하기도 한 그는 마차세에게 돈을 주기도 했다. 전역 후, 뒤늦게 횡령한 것이 들켰지만, 간신히 혐의에 벗어났다.

 

오장춘은 헌 것을 모아 새것 만드는 공장에 파는 식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장춘자원', '장춘무역'으로 사업은 연이어 확장했다.


오장춘은 마장세를 보면서 마차세와 형제일 거라 생각했다. 오장춘은 힘들게 사는 마차세를 그의 회사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중간다리를 마장세가 했다. 사업 관련 차 마차세는 마장세가 사는 괌에 출장을 갔다. 그곳에서 그의 직원인 시누크와 아내인 린다를 만났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형이 불편했는지 먼저, 오장춘에게 더는 마차세와 대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의사를 밝혔다. 즉시 마차세는 인사부로 발령 받았다. 박상희는 비록 공모전에 당선되지 못했지만, 열심히 학원에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마차세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일을 줄여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8년 뒤에 어머니께서도 눈을 감으셨다. 8년 동안 급격히 몸 상태가 나빠졌지만, 버티고 또 버텼다. 어머니의 유품 속에 유일한 아버지와 연결점인 오래된 군용 전투복이 있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불태워 훨훨 날려 보냈다. 또 시련이 찾아왔다. 마장세가 미크로네시아 지방정부의 경찰에 체포되었다. 죄목은 사기와 배임이었다.


쓸 만한 폐차 고철은 한국으로 운반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바닷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양만 무려 5천 톤이었다. 이 물량을 모두 선적한 것처럼 위장하고 그에 해당하는 용역비를 받아냈다.


소량의 마약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그와 관련된 이들을 모두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마차세도 조사받았다. 몇 년 전에 현지에 출장 간 것과 형제인 점을 내세워 조사했지만, 이내 풀려났다.

 

반면에 오장춘은 마장세가 한국으로 송치되자, 회사를 급하게 정리하고 도주했다. 그는 강원도 한 여관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부산의 마약조직과 연관 있었다.


마장세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를 한데 묶어 버렸다. 한편, 마차세는 회사가 공중분해가 되는 바람에 회사를 떠났다.


전에 일해 본 배달 업체에 임시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집 근처에 옷 가게를 차리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이 책은 아버지와 두 아들의 삶을 그려냈다. 일제 강점기를 시작으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까지 시대의 불안정한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왔다. 전반적으로 책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세 부자 중 유일하게 마차세만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지켜냈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바람에 아내와 아이들을 거의 돌보지 않았다.


마장세도 마찬가지다. 죄책감에 더는 한국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홀연히 떠나 둘째에 모든 짐을 떠안게 했다. 괌에서의 삶도 순탄치 못했다. 그의 아내도 자신이 한국에 가자마자 직원과 눈이 맞아 그를 떠났을 정도로 아내와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그나마 마차세는 아버지와 형과 달랐다. 평소에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을 기피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뭔가 끌림이 있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꽤나 흥미로웠다. 다소 얇은 책은 아니지만, 간결한 문체라 책을 술술 읽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담아낸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을 왜 '공터에서'라고 지었는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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