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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서재] 회사 문 닫고 떠난 한 달 살기 / 여행에 미치다

서재/에세이

by 이정록_06 2020. 2.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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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문 닫고 떠난 한 달 살기

 

여행 좀 다녀 본 사람이라면 ‘여행에 미치다’를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처음에 페이스북의 여행 관련 페이지로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에 미치다’를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의 멋진 곳에 대한 영상과 사진을 감상하고,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어느 날, 이들이 회사 문 닫고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한 달 살기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열여섯 명이 여덟 도시(퀸스타운, 부에노스 아이레스, 바르셀로나, 도쿄, 포틀랜드, 아를, 발리, 베를린)에서 지내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목차를 보니 맨 마지막에 소개된 베를린부터 읽고 싶어졌다. 그 이유는 베를린으로 떠난 그들의 버킷리스트는 바로 ‘맥주’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맥주 사이에서 맥주를 든 채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숙소를 구한 뒤에 그들은 맥주 지도를 만들었다.


아마 이곳에서 물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셨을 것이다. 맥주 때문에 아마 건강에 무리가 오지 않았나 싶다. 펍, 바, 보틀숍, 비어가르텐에서 맥주를 접했다. 그중 비어가르텐이 뭔지 몰랐다. 책에서 부연설명을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웠다.


비어가르텐은 일종의 야외 맥줏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들이 베를린을 떠나기 전에 한 달 동안 마신 맥주 병뚜껑을 세었다. 무려 152개가 되었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섹시하다’라는 근사한 모토를 가진 베를린에서 베를리너와 뢰벤브로이의 생맥주는 꼭 한번 마셔보고 싶었다.

 

뉴질랜드의 버킷리스트는 ‘액티비티’였다. 네비스 스윙, 번지, 스카이다이빙, 글라이더, 스노보드를 섭렵했다. 한 달 동안 아드레날린이 흐르다 못해 터졌지 싶다. 그렇다고 터프하고 짜릿한 경험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까마득한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엄청난 별과 은하수를 관찰하기도 했으며, 잔잔한 바닷물에 반사된 밀포드와 높은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폭포, 배를 따라 헤엄 치는 돌고래와 물개를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후커밸리 트래킹도 하고, 로드트립해서 남섬의 아름다운 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베를린에서 흥미를 느꼈다면, 뉴질랜드에서 감동과 재미를 느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버킷리스트는 ‘탱고’였다. 사실 그다지 탱고에 관심이 없어서 오히려 와인과 소고기에 더 눈길이 갔다. 한국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서 춤바람이 난 두 여성의 이야기는 그저 그랬다.


다음은 바르셀로나였다. 버킷리스트는 ‘빈티지’였다. 생각보다 이곳의 빈티지 가격은 비쌌다. 그만큼 옷 상태가 훌륭했다. 벼룩시장, 빈티지마켓을 샅샅이 뒤지면서 조금씩 안목을 키워나갔다.


결국, 그들은 구매자에서 판매자가 되어 보기도 했다. 상 주앙 데이가 열리는 포르투, 천국이 연상되는 해변이 있는 마요르카로 짧게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일본으로 떠난 그들의 버킷리스트는 ‘카페투어’였다. 시차가 거의 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물갈이로 꽤 고생했다. 많은 카페를 소개했다.


푸글렌, 블루보틀, 오니버스 커피, CAFE INN가 눈길이 갔다. (지금은 갈 수 없는 상황: 일본의 무역조치 때문에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남)

 

미국으로 떠난 그들은 ‘킨포크’가 버킷리스트였다. 킨포크는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선 미국을 후순위로 생각해왔던 편견이 없어졌다. 돗자리에 누워 멍하니 하늘과 숲을 바라보고 싶게 만든 ‘로렐허스트 공원’, 눈길을 사로잡는 차 번호판, 커피와 맥주 등 마실 것들이 넘쳐나는 곳, 젊은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매력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오리건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에메랄드 빛 ‘크레이터 레이크’가 담긴 사진을 보고 한동안 다음 장으로 넘기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엄콰 국립공원에 있는 천연 온천인 ‘엄콰 핫스프링스’에서 맥주 한 병을 들고 온천욕 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더욱 한껏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다이아몬드 레이크’,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하고,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스미스 락’, 로드트립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페인티드힐스’도 매우 좋았다.

 

프랑스 아를에서의 버킷리스트는 ‘드로잉’. 미술과 관련 있는 두 여성이 고흐가 사랑한 도시에서 한 달 지내면서 드로잉으로 추억을 남겼다.


그림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나오는 론강에서 와인 한 잔을 하고, 그림 ‘밤의 카페테라스’의 카페에서 잠시 주인공이 되어봤다. 고흐가 즐겨 마신 압생트를 맛보고 우웩했다.


마을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듯 여유롭고 한적했다. 한때 페스티벌과 맞물려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지만. 그들은 아를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휴양지인 니스에서 주말을 보내기도 했고, 라벤더를 보러 남프랑스 ‘발랑솔’ 지역에 잠시 다녀왔다.

 

마지막은 발리다. 버킷리스트는 바로 ‘서핑’. 발리로 떠난 이들은 현지에서 숙소를 구했다. 무모한 시도였지만. 끝내 ‘헉’소리 날 정도로 훌륭한 풀빌라를 구했다.


서핑 연습하다 초보병에 걸려 고생 좀 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짧은 한 달 기간이라 능숙하게 서핑을 하진 못했지만, 하나에 꽂혀 가장 뜨겁게 보냈다. 아마 이들이 가장 여행다운 ‘한 달 살기’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이들의 ‘한 달 살기’는 그저 외국출장이 된 것 같았다. 쉬러 갔음에도 쉬지 못하고 유용한 정보를 넣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책 곳곳에 정보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일을 열심히 한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8개의 도시를 여행했다.


각 여행지에서 그들은 느낀 설렘과 기대, 고단함, 익숙함, 아쉬움, 후련함을 나 역시 느꼈다. 8개의 도시는 신선함이 가득했다. 도시를 담아낸 사진은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누적된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덜어내고 지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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