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작가가 쓴 책이다. 이 책 말고 작가의 다른 책을 서점에서 잠깐 읽어본 적이 있다. 내가 기억하기엔 그가 어렸을 때, 자신의 어머니께서 친척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덤덤하게 써내려 갔는데 특히, 성인이 된 후,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도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을 조금이나마 도움받고자 처음으로 아버지께 찾아갔다.
교수로 재직한 아버지는 학교 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쉽게 도와줄 수 있음에도 젼혀 아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전혀 주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것을 포기했다. 그가 왜 그렇게 냉정하고, 표정에 큰 변화가 없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을 읽느라 대출 연체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랑 좀 맞지 않다는 생각에 책을 덮고 등한시했다. 문득 '이런 책도 읽지 못하면 나중에 다른 난도가 있는 책을 과연 읽을 수 있을까?'라며 다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허지웅의 삶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영화와 책을 소개한 것들도 많았다. 짧게 소개한 영화들 중 대부분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고, 오래된 영화라 관심이 없었다.
간혹 '이건 한번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도 있었다. '인사이드 잡', '머니 몬스터', '액트 오브 킬링', '브로크백 마운틴'은 따로 메모해뒀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영화도 있었다. 바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다.
'모래의 여자'라는 소설을 간략하게 소개했는데 읽어보고 싶었다. 마을 사람들의 꾀에 속아 평생 원하지도 않는 곳에서 살았다. 그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노력을 해보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곳에 있는 여자와 함께 살고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훗날에 도망 갈 수 있음에도 그는 순응하며, 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그가 그곳에서의 생활에 순응한 것인지, 탈출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인지는 읽고 난 후, 알 수 있을 것이다.
허지웅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워즈'의 글은 다른 글보다 더 즐겁게 썼다는 것을 느꼈다. '마녀 사냥'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그의 묘한 웃음이 문득 떠올랐다.
딱딱하고 무심해 보이는 그가 스타워즈 덕후이라니. 조금 어울리진 않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청소함으로써 진정으로 그 공간을 이해한다고 했다. 청소는 자신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도 그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책에 뜬금없이 박근혜 정부의 안일한 방식을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다. 이 작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물속에서 잠든 사람들에게만 집중하고 싶어했다.
책임 회피한 선장 대신에 끝까지 남아 사람들을 구한 선원, 선생님, 일반인이 있었다. 그들의 고결한 희생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실수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뜬금없이 '세월호 참사'를 쓴 것이 조금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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