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카이도 중앙부에 있는 도마자와 면에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야스히코와 조용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아놓은 책이다.
한때 도마자와는 탄광촌으로 많은 사람이 살았으나, 폐광된 이후로 급격하게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적은 인구와 고령화로 희망을 잃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훗카이도에서 사는 아들이 갑자기 도마자와로 돌아와 자신의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한다. 그런 아들인 가즈마사를 못마땅해한다. 야스히코는 젊은 시절, 큰 좌절감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혹시 변덕이 심한 아들도 그럴까 봐 염려한다.
그의 걱정과 달리, 가즈마사는 마을에 남아있는 청년들은 청년단을 구성한다. 쇠락한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기존의 가게에 새로운 것을 더해 복합적인 곳을 계획한다. 공무원인 사사키도 힘껏 지원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마을에서 곧 축제가 열린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청년단이 주도하여 진행한다. 불행히, 축제를 앞두고 고령인 기하치가 쓰러진다. 야스히코의 아버지도 기하치처럼 쓰러져서 세상을 떠났기에 도쿄에서 온 기하치의 아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준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경건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과 입원한 남편을 보러 다니는 후사에의 강인한 모습에 놀라움과 대단함을 느꼈다. 다행히, 기하치 할아버지는 의식이 돌아오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후사에 할머니는 자신의 노후를 즐겁고 건강하게 보냈다.
도마자와에도 중국인 신부가 왔다. 신랑은 마흔 살의 다이스케다. 그는 예전에는 성격이 활발하여 마을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곧 중국인 신부를 소개해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야스히코는 정중하게 다이스케와 대화를 통해 그의 사정을 알게 된다. 그는 예전에 마음에 두고 있는 농협의 여직원에게 고백했다가,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 상처 때문에 성격이 변했다. 그를 설득시켜 마을잔치를 열어서 공식적으로 신부를 소개하고 그가 다시 어울릴 수 있도록 청년단에서 힘을 쓰기로 했다.
조용한 마을, 술집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술집이 생겼다. 오랫동안 마을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나에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야스히코는 물론, 마을 대다수 남자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술집에 드나들었다. 물론, 그런 모습을 마을 여자들은 좋아하진 않았다.
야스히코의 오랜 친구인 세가와, 다니구치는 더욱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야스히코도 그녀를 좋게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이성적으로 절제했다. 결국, 다니구치가 농협에 근무하는 사람과 싸움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농협 직원이 사나에를 음흉하게 생각해서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안 야스히코는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마을에서 일어난 일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면서도 웃겼다.
흰 눈으로 덮인 마을에 영화 촬영하기 위해 외부인이 왔다. 그동안 후지와라가 적극적인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영화 덕분에 마을이 유명지가 될 수 있고 기대감에 들떴다.
“붉은 눈”이란 저예산 영화이지만, 유명한 배우가 출현하기 때문에 흥행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3주 동안 촬영을 마치고 5월에 개봉이 되었다. 개봉하기에 앞서, 영화관계자들이 마을에 와서 영화를 관람했다.
19세 이상의 스릴러 영화라 같이 고생한 어린 학생들은 아쉽게 보지 못했다. 부정적인 이미지화가 된 마을을 묘사한 부분에 대해 후지와라를 비난했지만, 야스히코는 그를 두둔했다.
영화는 외국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 수상을 받았다. 마을 사람들도 조금씩 변화하면서 영화를 좋게 생각했다. 영화관계자와 배우는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마을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 것이라고 했다. 후지와라는 자신의 편에 서 준 야스히코를 감사하다며 여배우의 옆자리에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평화롭고 조용한 도마자와는 큰 충격에 빠진다. 이곳 주민의 아들인 슈헤이가 도쿄에서 사기로 피해를 본 노인이 자살했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을 치는 바람에 전국지명수배가 되었다. 도쿄에서 경찰과 기자들이 마을로 오는 바람에 주민의 큰 관심사가 되었다.
야스히코는 어릴 적부터 슈헤이를 알고 있었다. 착한 심성을 가진 그가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과 그는 이미 자신의 마을로 올 수 있다는 사실에 걱정한다. 그의 아들인 가즈마사는 몰래 슈헤이와 그의 어머니를 만남을 성사시킨다.
뒤늦게 안 야스히코는 크게 질책을 하는데 청년단이 슈헤이를 도와주는 대신, 자수할 것, 그가 지은 죄를 다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같이 지낼 것으로 약속을 받아냈다.
야스히코는 점점 책임감이 있는 아들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마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머지않아 도마자와도 위기를 이겨내고 지금보다 더 좋은 마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원일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그만 마을이라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같은 마을에 사는 그들이 겪는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공동체 의식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야스히코는 사건의 중심에 있으나,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자신의 젊은 시절의 실패에 대한 아픔이 있었지만, 자기 아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예전에는 긴장감 있고 반전 있는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소소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는 소설도 좋은 것 같다. 다르게 보면, 소설의 영역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좋은 현상이라서 한 장르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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